90.5도ㅣ손끝ㅣ화요일

by 온도계

혼자가 편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함께 걷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아무도 나를 부르지 않았지만

나도 모르게 손이 가는 방향이 있다.

‘새우깡’에 손이 가듯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에

잠시 머물러 보지만

바람만 스칠 뿐이었다.

손바닥의 여백을 채워 줄

다른 이의 손금을 기다려보지만

말없이 멀리서 지켜보기만 한 채

위로할 생각조차 없는 듯했다.

오지 않을 걸 알면서도

애타게 기다리는

찰나의 몸부림 끝에 남겨진 건

부서진 손톱뿐이었다.


‘새우깡’ 한 봉지를 들고

벤치에 앉아

기어이 손의 여백을

채워본다.​

갈라진 나의 손톱에 묻은

짠맛을 보며

오늘의 기다림을 잊어본다.


기다림이란

삶의 부스러기가 한 데 모여 만들어진

농축된 사랑의 그림자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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