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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경 Nov 12. 2023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

『소년이 온다』 감상

그러니까 인간은, 근본적으로 잔인한 존재인 것입니까? 우리들은 단지 보편적인 경험을 한 것뿐입니까? 우리는 존엄하다는 착각 속에 살고 있을 뿐, 언제든 아무것도 아닌 것, 벌레, 짐승, 고름과 진물의 덩어리로 변할 수 있는 겁니까? 굴욕 당하고 훼손되고 살해되는 것, 그것이 역사 속에서 증명된 인간의 본질입니까?

1980년 광주의 봄을 담은 소설 『소년이 온다』  4장 <쇠와 피>일부분이다. 계엄군에 맞 살생을 목격하고, 고문을 당한 시민 '나'의 의문들이다. 


에필로그에는 특별히 잔인한 군인들이야기가 담겼다. 연행 등 아무런 목적도 없을 때에도 폭력은 저질러졌다. 죄의식도 망설임도 없었다.

군인들이 압도적으로 강하다는 걸 모르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상한 건, 그들의 힘만큼이나 강렬한 무엇인가가 나를 압도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양심.
그래요, 양심.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그겁니다.

군인들 탄환에 찢긴 시신들을 리어카에 앞세우고 수십만의 사람들과 총구 앞에 섰던 날 시민 ''의 심정이. 살아남았다는, 아직도 살아있다는 치욕으로 그는 괴로워한다. 그를 총구 앞에 나서게 한 것도, 살아있다는 치욕을 느끼게 한 것도 양심이다.


"유의미한 시선은 거울 속에있다. 나에게 떳떳해야 한다. 나는 나를 속일 수 없다."

라고 말하면서도, 정작 나는 양심을 지키고 있고, 지킬 수 있을까? 대의를 위해 희생하는 것까지아니더라도, 내가 중요시 여기는 가치 꺾이는 것을 보게 되면 얼마나 나설 수 있을까? 방관하 않을까? 눈 한번 질끈 감으면 편해진 않는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2009년 예루살렘상 수상 연설 '벽과 달걀'에서 "높고 단단한 벽과 그 벽에 부딪쳐 깨지는 달걀이 있다면, 저는 언제나 달걀 편에 설 것입니다." 라고 말했다. 1980년 5월 특별히 잔인한 군인들반대에 달걀 편에  군인들 있었다. 피 흘리는 사람을 어다 병원 앞에 몰래 두고 간 공수부대원, 집단 발포 명령에 사람을 맞히지 않기 위해 총신을 올려 쏜 병사들, 도청 앞 시신들을 앞에 두고 군가를 합창할 때, 끝지 입을 다물고 있던 병사가 그들이다. 


부끄러워해야 할 일 자체를 마주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들까 부끄럽다. 뱉은 말이 쉬워질까 무섭다. 벽에 기대 눈감 않길 바다. 한번 감아버린 눈으로는 뜬다 해도 똑바로 보지 못하니까.



* 함께 들으면 좋은 노래 :  그것만이 내 세상 - 들국화 https://youtu.be/Kg3N7EnVRd0?si=2mLkSiATfpz-Feec

새상을 너무나 모른다고 나 또한 너에게 얘기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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