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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경 Dec 17. 2023

너의 결혼식

"둘 사이엔 뭔가 애틋한 게 있어."

제수씨가 된 여자친구가 내게 말했다.

"그런가? 그러네."


 대부모님의 기대와 우려로 너는 나에게 양보하기 일쑤였다. 4살이나 어린 너는 속이 깊었고, 형이라고 으스댈 필요가 없었던 나는 쓸데없이 거리를 두지 않았다. 수험생 시절 주말 전날이 아니면 술을 마시지 않기로 했지만 광석이형 기일에는 한잔 해야 되지 않냐는 내 말에 안주용 고등어를 굽는 너와 나는 잘 맞았다. 


금요일 밤 11시부터 마시기 시작해 술잔이 잔잔해지는 새벽 2시가 좋았다. 그때쯤이면 편의점 안주와 맥주를 마시기 시작할 때다. 영화나 음악을 비롯대화 소재는 매번 비슷했지만 주제는 매번 달라서 매번 잔잔한 새벽까지 잔을 채웠다.


잔잔하지 않은 밤이 딱 한번 있었다. 우리는 평소 속이 모나지 않아 포장에 미숙해서인지 날카로운 말이 오갔고 많이 취한 네가 갑자기 집을 튀어 나갔다. 나도 뒤쫓아 갔지만 너는 이미 멀어져 갔다. 날이 추웠고 취한 네가 어디서 정신이라도 잃을까 나는 너무 무서웠다. 쫓아가다 주저앉은 나를 봤는지 내 소릴 들었는지 네가 뒤돌아왔다. 함께 뒤돌아올 때야 내가 맨발이었다는 걸 알았다.  네가 신던 슬리퍼를 내게 양보했다. 방 전등 아래 내 발이 다 까져 있었다. 2001년 할아버지 장례식 이후 처음 둘이 울었다.


먼 거리임에도 내 친구들이 네 결혼식에 와 준 것은 나와 내 친구들이 친한 것에 더해, 서로의 친구들과 선약이 있을 때마저도 우리가 어울렸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결혼해서 아이를 키운다면 힘들어도 둘은 낳아서, 내 자식들에게도 네가 있어 내가 느끼는 소중함을 주고 싶다.


사람들은 여행지에서 매 순간 진심을 다한다. 풍경 하나하나 눈에 담고 음식 하나도 더 맛있게 느끼려고 최선을 다한다. 혹여 계획이 조금 틀어져도 이 또한 추억이겠거니 여기며 여행을 즐긴다. 사람들이 여행지에서 열린 마음이 될 수 있는 이유는 여행이 흔치 않은 기회이고, 그곳 다시 오기 힘들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나는 삶이야말로, 생각 없이 보내는 일상이야말로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행은 시간과 돈 있으면 어디든 다시 올 수 있지만 삶은 절대 다시 올 수 없다. 좋은 날이든 궂은 날이든 네가 후회 없이 사랑하며 삶을 소중한 일상으로 채워 나가길 바란다. 


* 우리가 매번 마지막으로 부르는 곡 : - 노라조 https://youtu.be/GdAlyV7LSDA?si=gYf1j93MnqPZvWs2

함께 불러야만 완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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