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가를 써서 하루 먼저 연휴를 맞이한다. 간밤에 책을 덮으며 월요일까지 알림을 꺼둘 땐 쾌감이 들었다. 왜 인류는 눈떠질 때까지 잘 수 없게 되었는가. 스치듯 살다가는 주제에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알람 소리에 목덜미를 잡혀서 꿈으로부터 빨려 나오듯 깰 때, 매번 불쾌하다. 찾아보진 않았지만 뇌에도 좋지 않을 것 같다.
눈이 떠질 때쯤 일어나서 따듯한 조명을 받으며 『네 번째 밀레니엄 시리즈 : 거미줄에 걸린 소녀』를 이어서 읽는다. 연휴 내내 읽으려고 어제 회사 도서관에서 빌려두었다. 이제 등장인물들과 내적 친밀감이 생겼다. 그들의 형상이 보이고 목소리가 들린다. 연휴 내내 함께 해주길.
침대를 정리하고 거실로 나와 커피를 정성스레 내린다. 이 순간을 위해 남겨둔 과테말라 원두는 겨울과 잘 어울린다. 92도씨뜨거운 물로 잘 내리면 특유의 스모키향을 느낄 수 있다. 4분 30초에 딱 맞춰 추출이 끝나니 벌써 기분이 좋다.
드립커피와 어제 퇴근길에 사 온 통밀 에그샐러드 샌드위치를 나무 쟁반에 얹고 서재 문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