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면무섭게 내리 꽂히던 추락도 파동에 불과했고, 유일하게 여겼던 길도 유일하지 않았으며, 이대로 시간이 멈춰 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순간조차 옅어졌고 매 순간 옅어진다.
삶이 매 순간 스쳐가는 풍경 같다. 예전의 나도 내가 아니다. 이미 스쳐간 나일뿐. 자신 또한 돌이킬 수 없는데 과거가 어찌했든 그게 무슨 의미인가. 원치 않게 채웠던 시간들도 아깝지만 보내야 한다. 아까워하는 순간 역시 아까움으로 채우고 있는 꼴이기 때문이다.
원했던 결과도 내 기대와 달랐다. 차분히 돌이켜보면 결과가 기대와 다른 적이 더 많았다. 간절히 원했던 길은 유일하지 않았으며 떠밀려 갔던 길도 나쁘지만은 않았다. 결과는 가변적이었고 그 순간도 옅어졌지만, 순간을 대했던 태도만 선명하게 남았다. 후회 없이 주체적으로 몰입했을 때만 결과와 상관없이, 결과에 대한 기대와 상관없이 후회가 남지 않는다.
몰입은 그 순간에 진심이어야 가능하다. 몰입 대상이 일이든 사람이든 똑같다. 내 의지를 담아서 몰입했던 순간들에는 후회가 들어서지 못한다. 결과는 옅어지지만 몰입했던 경험은 선명하다. 삶의 대부분은 이래저래 상관없는 것들이었다. 결과와 상관없이 의지로 칸칸이 채우거나 비워놨을 때만 후회가 없었다. 시간은한 칸 한 칸 포장된 후 기억에 각인된다.
서재가 어두워진 줄 모르고 글을 쓰거나, 문장마다 감탄하면서 책을 읽거나, 손끝하나에도 진심을 담는 순간들이 많았으면 한다. 의식과 무의식이 어느새 하나된 몰입의순간들 말이다.몰입하는 순간이 많을수록 나에게 진심이 된다. 삶이 진심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