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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경 Aug 17. 2024

당신의 아지트는 어디에 있습니까

감성기근주의보

대전'갠지스의 바람'이 있다. '갠지스의 바람'에서는 간단한 마른안주와 맥주 그리고 양주를 판다. 동생이 그곳을 단골로 드나들다, 그곳에서 알바를 했었다. '갠지스의 바람'의 낮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그곳은  어울다. 밝지 않은 조명과 나무로 된 복층 구조가 겨울밤과 잘 맞았다. 유독 힘든 한 주를 보낸 금요일 밤엔 '갠지스의 바람'을 찾곤 했다. 게 '갠지스의 바람'은 김홍의 신춘문예 등단작 『어쨌든 하루하루』 동네 단골술집 '시리어스 리' 같은 장소다.




동생에게 전해 들은 '갠지스의 바람' 사장님은 낭만주의자였다. 사장님은 새벽까지 장소를 제공했다. 현 알바생이든 전 알바생이든 거쳐간 이들에게 그곳은 아지트가 되었다. 상상 속 사장님의 이미지는 아래와 같았다.


일본 영화에 자주 나오는 배우 릴리 프랭키(이름은 이번에 알았다.)


마치 낙담해서 술 마시고 있는 주인공에 (마른 행주로 맥주 컵을 닦으며)'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사실 뿐이야.'라는 대사를 는 꼬치집 사장님(이혼, 자녀 없음, 취미 : 올드카 정비) 이미지다. 사장님을 한번 뵈었다. 사장님은 릴리 프랭키와는 다르게 안경을 썼음에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나는 마침내 사장님께 낭만 넘치는 이 공간이 좋다고 전했다. 사장님은 얼마 뒤 공방을 내러 공주로 고, 전 알바생이 가게를 인수했다.


'갠지스의 바람'이 특별했던 이유는 신청곡을 받았기 때문이다. 한 공간에 있는 낯선 사람들과 내가 듣고 싶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순간이 마음에 들었다. 알바할 때 동생은 DJ였다. 신청곡들을 나열해 두고 분위기가 자연스레 이어지도록 재생 순서를 조정했다. 동생이 알바를 그만둔 후 언젠가 함께 갠지스를 찾았다. 내가 장난 삼아 신청한 인디음악과 아이돌 댄스 음악이 순서대로 나오동생은 속상했다. 그날의 알바생은 핸드폰만 봤다.


 끊고 생활 반경도 바뀐 뒤, 나는 갠지스의 바람에 가지 않는다. 이제 영화 속 주인공에게 예전처럼 공감을 못한다. 한 정거장 미리 내려서 봄과 가을을 걷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계절에 맞는 노래를 추천해 달라고 한 지 오다. 벚꽃 잎이 소설책 위에 떨어져도 별 감흥이 없다. 감정의 파동이 작아졌다. 대전에 갠지스의 바람은 있지만, 그게 '갠지스의 바람'은 아니다. 대신 나는 무엇을 얻었을까. 나에겐 아직 공방이 없는데. 생각해 보니 양주도 몇 병 킵해놨다. 이미 누군가의 감성을 적셨으려나.




* 갠지스 바람에서 자주 신청했던 음악 : 흐른의 그렇습니까

(1분 19초부터 나오는 악기 소리를 들으면 황금빛 노을 아래 황폐한 도시가 떠오른다.)

  https://youtu.be/9Zi0WYH4RgI?si=NWsx-zBQKZgYnXcO

1분 19초부터 기타와 피아노 위에 나오는 악기 소리가 너무 좋은데 뭔지 모르겠다. 주변에 물어봐도 의견이 제각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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