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울 수 있는 하루의 취향들이 모여서 나의 인생이 되는 건 아닐까
혹시 스케일링 언제 받으셨어요?
치과위생사가 물었다. 스케일링을 최근에 받은 것처럼 치석이 없고 치아가 잘 관리되어 있다고 했다. 음파 진동칫솔 덕분이다. 손수 칫솔질 했을 때보다 개운하게 아침을 시작한다. 뒤이어 5중날 면도기 덕분에 부드럽고 깔끔하게 면도할 수 있다. 흔한 칫솔이나 3중날 면도기에 비해 비싸지만 그 이상의 만족을 준다. 슈가레몬 샤워젤, 조말론 향수, 릴랙스향 인센스 스틱도 마찬가지다. 모두 일상에서 사소한 만족을 준다.
일상에 주목한다.
예외적인 큰 기쁨 한 번보다 사소하지만 꾸준한 만족이 행복을 준다고 생각한다. 뇌피셜을 넘어선 근거가 있다.
대니얼 카너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에 따르면 인간은 주목착각을 한다. 주목착각이란 자신의 삶을 평가할 때 특정 부분에 주목할수록 그 부분이 크게 반영됨으로써 일어나는 사고 결과다. 또한 카너먼은 일회적 경험으로 얻는 행복과 불쾌는 대부분 짧은 시간 동안만 지속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일상에 주목함으로써 가중치를 주고, 일상에서 지속적으로 행복을 느껴야 한다. 행복은 사소함에 있다. 일상은 사소함으로 채워지니까.
하지만 우리는 사소함에 주목하지 않는다. 파랑새를 잡기 위해 일상을 등지고 달린다. 자신을 행복하게 해 줄 것이라고 굳게 믿는 어떤 것을 간절하게 원한다. 대니얼 카너먼은 이런 간절함을 희망오류라고 했다. 희망오류에 빠져 어떠한 것을 끝없이 갈망하다가 끝내 갖게 되더라도 그로 인한 행복은 기대했던 것만큼 크지도, 지속되지도 않는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쾌락의 쳇바퀴를 돌 뿐이다. 그러므로 사소한 만족일지라도 반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행복은 빈도에 있다는 이동진 평론가의 말과 같은 맥락이다.
취미에 주목한다.
일상 중에 내가 원해서 반복하는 것이 바로 취미다. 내가 원하는 것을 하고 싶을 때 반복하면서 만족을 얻는다니 개꿀. 취미에 취향을 담는다. 내가 원하는 것을 내가 원하는 것으로 한다. e북리더기에 담긴 <골든아워>, <케냐 피베리> 원두, 영화 <멋진 하루>, <아펠트라> 파스타면. 글을 자필로 썼다면 취향이 담긴 만년필을 샀을 것이다. 다양한 분야를 뚜렷한 취향으로 칠하면 삶이 풍성해진다.
스케일링을 받은 지는 무려 일 년 반이 넘은 시점이었다. 음파 전동칫솔은 필립스 소닉케어 다이아몬드클린 HX9318. 파랑새는 내 집 욕실 선반 위에 있다.
"나의 마음이 향하는 것들로 완성한 나만의 취향 지도 안에서 나는 쉽게 행복에 도달한다."
김민철의 에세이 <하루의 취향> 중에서
* 영감을 준 노래 : 기리보이의 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