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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경 Mar 01. 2023

알리오 올리오는 알리오 올리오다.

simple is best.

늦은 점심 알리오 올리오를 먹었다. 알리오 올리오는 마늘향의 올리브유 소스를 입힌 파스타면이다. 재료는 마늘, 올리브오일, 페퍼론치노뿐. 재료 본연의 맛과 향에 의존하는 기본에 충실한 요리다. 단순하지만 쉽지 않다.

 

편마늘보다 다진 마늘 넣는 것이  내기에 수월하다. 대신 다진 마늘은 금방 타기 때문에 갈색빛이 살짝 돌면서 마늘향이 솔솔 나자마자 팬에 면수를 부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마늘이 금방 타서 쓴마늘 파스타가 된다. 페퍼론치노도 마늘과 동시에 넣지말고 마늘향이 살짝 날 때 넣어야 한다.


냄비에서 면을 다 익히지 말고 덜 익(심지가 살아있을 정도)을 팬으로 옮겨 마저 익혀주는 것이 좋다. 파스타면에서 나오는 전분이 있어야 면수와 마늘기름이 잘 유화(乳化 : 우유처럼 물과 기름이 섞여있는 상태로 만드는 것)되기 때문이다. 탕수육 소스가 약간 식으면 꾸덕해지는 것처럼 유화 위해서는 팬 온도(65도 ) 빠르게 떨어뜨려야 한다. 그렇기에 열전도율이 높은 알루미늄팬이 파스타를 만들기에 적당하다.


알리오 올리오 요리의 핵심은 유화를 위한 만테까레다. 만테까레는 소스와 파스타면을 공기와 접촉시킴으로써,  팬을 빠르게 식히기 위해 팬 위에서 면을 포함한 내용을 돌리는 것을 뜻한다. 만테까레 할 때 팬 온도가 적절하고, 남아있는 면수가 적당해야 유화가 잘되 크리미한 소스의 파스타를 먹을 수 있다. 면수가 올리브유보다는 많아야 하지만, 너무 많으면 크리미한 소스가 아니라 마늘기름 국물면을 먹어야 다. 역시 단순하지만 쉽지는 않다.

 

알리오 올리오는 단순한 만큼 맛의 범위가 분명하다. 감칠맛을 낼 수 있는 재료가 마늘 기름과 면수에 담긴 소금뿐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재료를 써도 낼 수 있는 맛에 한계가 있다. 그래서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나 치킨스톡 등 감칠맛을 보완해 주는 다른 재료넣기도 한다. 나는 취향대로 올리브 오일 대신에 트러플 오일을 사용한다. 알리오 올리오에 베이컨이나 새우, 토마토를 넣으면 더욱 맛있겠지만 넣지 않는다. 마늘향이라는 정체성을 잃으면 알리오 올리오가 아니다.


재료 서너 개만 가지고  본연의 맛으로 승부 것은 어렵다. 안 좋은 재료를 쓰고 난 뒤 다른 자극적인 소스나 양념으로 덮어버릴 수도 없고, 재료 본연의 맛을 아무리 살려도 누에게는 그저 심심한 맛일 수도 있다. 

그래서 좋다. 눈속임이나 맛속임을 하지 않아 마음에 든다. 직접 구워 먹는 크루아상이나 파리바게트에서 파는 토종효모빵이나 팔봉제빵점에서 파는 보리봉빵을 선호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알리오 리오는 빈수레와 달리 요란 떨지 않는다. 기본에 충실한 삶. 지켜야 할 것은  감고 귀 닫고 지키는 삶. 변주와 변질을 분명히 하는 삶. 정체성과 주체성 잃지 않는 삶은 단순해서 어려울지 모른다.


그래도 나는 심플한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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