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 남편과 계약직 공무원 아내-16

간장게장과 나

by 글쟁이게이머 L군


‘난 아무거나 잘 먹어’라고 말하는 사람 중 실제로 음식을 가리지 않는 사람은 드물다고 누군가 말하더군요.

저 말의 진짜 뜻은 ‘내가 만족할 만한 괜찮은 메뉴를 알아서 잘 가져다 바치거라~’라는 소리라면서 싫어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만. 저는 진짜로 음식을 거의 가리지 않습니다. 호불호가 과하게 갈리는 음식이 아닌 한, 어지간한 것들은 다 먹을 수 있고, 또 나름의 풍미도 즐길 줄 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식도락도 제법 즐기는 편이고, 누가 어디에 뭐 맛난 거 있으니 먹으러 가자고 할 때도 곧잘 어울리면서 살았습니다.


물론 회보다는 고기를 선호하는 편이긴 합니다만, 초밥을 포함해서 홍어회까지 다 잘 먹고, 가성비를 따지긴 하지만 비스트로급 이상 가는 고급 식당도 나름 즐길 줄 아는 편이죠. 각자 나름의 맛과 멋이 있으니까요.


001.jpg 게임을 하다가도 이런 맛나 보이는 음식이 나오면 비슷한 음식을 찾아다니기도 하고 그랬더랬죠(사진은 ‘몬스터 헌터 월드’)


하지만 그런 저도 제 돈 내고는 잘 사 먹지 않는 음식은 몇 종류 있기는 합니다. 너무 비싼 고급 활어회라던가, 고급 호텔의 디저트 등이 대표적이죠.

물론 누가 사주면 감사히 잘 먹습니다. 없어서 못 먹죠.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던 가성비라는 면에서 많이 걸리기 때문에, 제 발로 그런 것을 먹으러 가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그 돈이면 스테이크를 배부르게 먹고도 남지 않나?’ 뭐 이런 생각이 떨어지질 않는지라….


그래서 비슷한 이유로 간장게장도 즐겨 먹지 않았습니다. 물론 그 음식이 어떤 맛인지, 또 어떤 매력이 있는지는 잘 알고 있습니다만, 제대로 된 게장백반을 사 먹을 돈이면 어지간한 고깃집보다 비싸집니다. ‘그 돈이면(이하생략)’이 바로 발동된다는 거죠.


002.jpg 또 간장게장은 대표적인 ‘밥도둑’이죠. 즉 탄수화물을 엄청나게 먹게 되는 음식인지라, 다이어트를 열심히 하던 시기의 여파로 더더욱 기피하게 되었습니다(사진은 ‘링 피트 어드벤처’)


그랬던 제가 놀랍게도, 지금은 간장게장을 자주 먹고 있습니다. 간장게장 맛집들도 제법 많이 알고 있죠. 게딱지에 어떻게 밥을 비벼야 참맛을 느낄 수 있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바뀐 이유는 사실 별거 없습니다. Y양이 일반적인 수준을 뛰어넘는 간장게장 마니아이기 때문이죠. 어딘가로 여행을 가게 되면 그 근방에 간장게장 맛집이 있는지부터 파악해 두고, 간장게장을 잘하는 식당이 있다면 그곳에 가기 위해 여행계획을 짤 정도죠.


처음에 좋아하는 음식을 물어봤을 때 간장게장이라고 하기에, 뭐 그냥 그런가 보다~ 정도로 안일하게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보여주는 Y양의 간장게장 사랑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이었고, 그 열정은 이제 ‘남친’이 된 제가 피할 수 있는 무언가가 아니었습니다.


다행히 저에게 간장게장은 싫어하는 음식은 아니었던지라, 함께 다니는 간장게장투어가 괴롭지는 않았습니다. 게장 마니아들이 왜 그렇게까지 게장에 집착하는지 그 이유를 약간이라도 알 수 있게 되었다는 성과(?)도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나름 유용한 면도 있었습니다. 어지간한 실수는 ‘오늘 저녁에 게장 먹으러 가자’라는 말이면 그럭저럭 용서받을 수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이런 Y양도 한동안 간장게장을 전혀 먹지 않아 저를 놀라게 한 적이 있습니다.


Y양은 간장게장과 함께 초밥과 회도 정말 좋아하는데, 그 모든 음식을 1년 넘는 기간 동안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시기가 있었거든요.


바로 저희의 소중한 아들을 임신하고, 출산했던 시기에 그랬었습니다. 만의 하나의 하나도 용납할 수 없다는 태도로 철저하게 건강식단을 지키면서 살아갔죠.


저는 놀라움을 넘어서 경악을 했습니다. 다른 사람이면 모를까, 저 Y양이? 게장이라면 자다가도 일어나는 사람이? 하루 세끼를 게장으로 준다 해도 마다하지 않을 사람이?


물론 그때 이야기를 하면 Y양은 지금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기는 합니다. 그럼에도 아기를 위해 그런 ‘고통’을 감내했던 것을 생각하면 고마운 마음뿐입니다. 또 Y양이 임신기간 동안 어떤 마음이었는지 어렴풋이나마 짐작도 가고요.


그래서 저는 지금도 Y양이 게장 먹으러 가자고 하면 웃으면서 따라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맛있잖아요?



003.JPEG 이러한 노력 덕분인지, 아들은 건강하게, 아주 건강하게 잘 크고 있습니다. 그저 감사할 따름이죠.


keyword
작가의 이전글게이머 남편과 계약직 공무원 아내-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