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 남편과 계약직 공무원 아내-29

평가는 일 할 때만 하기

by 글쟁이게이머 L군

제 직업에서 가장 핵심적인 업무는 게임에 관련된 글을 쓰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게임이 재미있는지 없는지, 잘 만들었는지 아닌지에 대해 평가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자연스럽게 자주 벌어지게 됩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저는 무언가를 평가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소위 말하는 ‘까는 것’이 폼나는 것이라 생각했던 시기가 있기는 했습니다. 남들이 다 좋다고 하는 것을 비하하고, 대중적으로 인기가 높은 게임을 한심하게 여기기도 했었죠. 일종의 게임판 ‘홍대병’ 내지는 ‘힙스터병’ 이라고나 할까요?


그리고 대부분 그러하듯, 나이를 먹으며 다양한 경험을 쌓으면서 자연치유(?)가 되기는 했습니다.


대놓고 악의를 가지고 만든 것이라면 모를까, 대부분의 작품들은 다들 나름의 이유가 있고, 또 나름의 장점이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럴 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다는 것도요.


001.png 제 주변에서도 저와 비슷한 흐름을 보인 사람들이 많은 걸 보면, 취미에 깊게 파고들다 보면 누구나 겪게 되는 일종의 홍역 같은 것인가 봅니다.


그렇지만 저는 앞서도 말씀드렸다시피 게임에 대한 평론을 해야 하는 사람입니다.

게임을 플레이해보고 어떤 장점이 있고 또 어떤 부분은 아쉽다는 이야기를 대중들에게 전달해야 하는 것이 직업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죠.


그러다 보니 저도 모르게 무언가를 ‘평가’해버리는 태도가 나오는 경우가 나오기도 하나 봅니다.


한창 Y양과 연애를 하던 시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Y양이 글을 한 번 써보고 싶다는 말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럼 어떤 내용의 글을 쓰고 싶은 거냐고 물어보았고, Y양은 이러저러한 소재로 글을 써보고 싶다, 저러이러한 내용을 담으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듣고 제가 Y양에게 했던 것은 ‘평가’였습니다.

그러니까 이러저러한 소재는 어쩌고 해서 재미가 없을 거다, 저러이러한 내용은 저쩌고 해서 시장성이 떨어진다, 이런 소리를 주야장천 늘어놓았던 거죠.


002.jpg 평가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나 하면 되는 것인데…


딴에는 현실적이랄까, 어쨌든 직업적으로 글을 쓰고 있으니 Y양에게 도움을 주려고 한 말들이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그때 Y양이 그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그런 것이 필요해서가 아니었다는 걸 저는 몰랐던 거죠.


그냥 바쁜 일상 속에서 키워나가는 작은 꿈이 있고, 그것에 대해 작더라도 격려의 말이 듣고 싶었던 것뿐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거기다 대고 현실적인 조언이랍시고 좋지 않은 말을 쏟아내었으니 Y양이 어떻게 받아 들었을지는 아마 대충 짐작이 가실 겁니다.


제 입장에서는… 그냥 크게 화를 내는 편이 나았을 정도로 매우 곤란한 상황을 겪었다, 대충 이렇게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이후 저는 ‘공감’이 필요한 상황에 대해 하나 더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평가’는 직장에선 필요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게 적용시키지 말라는 명언이 왜 나오게 되었는지 절절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평가가 아니라 공감과 위로를.

저도 이 글을 쓰면서 다시 한번 되새겨 봅니다.


- 계속


003.jpg 그래서 저는 오은영 박사님의 프로그램을 참 좋아합니다. 공감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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