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 남편과 계약직 공무원 아내

아내의 취미 따라가 보기

by 글쟁이게이머 L군

여러 번 거듭해서 말씀드렸다시피,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라는 인간은 자타공인 ‘오덕’입니다.

다시 말해 확고부동한 취미, 그 이상의 위치에서 게임과 만화, 애니 등등을 즐기고 있다는 것이죠.


반면 제 아내인 Y양은 오덕과는 거리가 먼 인생을 살아왔습니다.

어느 정도냐면 일본 유학을 다녀왔고 일본어도 전문가 수준으로 사용할 줄 아는데, 딱히 좋아하는 만화가 없습니다. 아니, 그 이전에 만화 자체를 잘 보질 않습니다.


사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일본어에 능통하거나 일본 유학을 다녀온 사람 중에는 만화나 게임에 푹 빠진, 오덕 경향을 가진 사람이 매우 많습니다. 실제로 아내도 일본어 잘하는 한국사람이라서 오덕인 줄 알고 다가온 사람 때문에 서로 당혹했던 적도 있다나요?


001.png ‘일본어는 전부 애니로 배웠다’라고 적혀있는 티셔츠. …딱 제 케이스인지라 은근히 한 벌 사서 입고 싶기도 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아내에게 취미가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글에서도 이야기한 적이 있지만, 아내는 정말 다양한 취미를 가지고 있죠.


독서, 제빵, 악기연주, 여행, 커피, 차, 식도락, 그 밖에도 기타등등, 정말 다양한 방면에 관심이 많죠. 덕분에 집에 다양한 물건이 넘쳐나는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뭐,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습니까? 하하하…하.


그리고 수많은 취미를 거친 끝에 아내가 최근 몇 년간 정착한 취미는 바로 그림 그리기입니다.


어반 스케치(Urban Sketch)라고 혹시 들어보셨는지요?


도시 속에서, 여행 속에서, 일상 속에서 보이는 풍경을 빠르게 그리는 이 장르는, 도구나 장소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풍경을 담아내는 재미가 매력적이라고 합니다. 일반적인 풍경화와는 또 다른, 순간을 빠르게 그리는 과정에서 담기는 생동감이 문외한인 저에게도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그 와중에 사알짝 포인트를 주는 Y양의 센스도 이채롭게 느껴졌습니다.


예를 들면 비 오는 날에는 그 빗물을 받아서 물감에 섞어서 그린다던가, 바닷가에서는 바닷물을 써본다던가, 마음에 드는 카페에서는 그 카페의 로고가 들어간 냅킨을 그림에 붙인다던가, 뭐 이런 식으로요.


002.png Y양이 그린 홋카이도 호수의 그림. 이런 것을 보면 여행 때 찍은 사진을 보는 것과는 또다른 추억을 느낄 수가 있더군요.


그래서 저희 부부는 시간이 나면 약간 멀리 나가는 것을 즐깁니다.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아내는 그림을 그리고, 저는 게임을 하거나 아들과 놀거나 하면서 주말을 보내면 뭐랄까… 굉장히 충실한 시간을 보냈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최근에는 이래저리 일에 치여서 그런 시간을 보내지 못했는데, 이 가을이 다 가기 전에 한번 정도는 Y양과 함께 나가보려고 합니다. 교외의 분위기 좋은 카페로 말이죠.


Y양은 화구를 챙기고, 저는 노트북이나 게임기를 챙기고, 아들은 장난감을 챙겨서, 여유 있는 시간을 즐기고 싶네요.


003.png 그런데 뭐랄까, Y양은은 우아하게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옆에서 게임을 하고 있는 제 모습은 좀 폼이 안나는 거 같기도 하고…?(사진은 원피스의 미스 골든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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