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 남편과 계약직 공무원 아내-18

'함께 게임하기'라는 꿈?

by 글쟁이게이머 L군

전 여친, 현 아내인 Y양과 저는 함께 하는 것들이 제법 많습니다.


둘 다 커피와 차를 좋아하기에 좋은 카페가 있으면 찾아가기도 하고, 여행 다니는 것을 좋아하기에 정기적으로 여행도 갑니다. 그래서 연애 시절에는 솔로였던 시절보다 자동차 주행거리가 확 늘어나기도 했었죠.


사귀면서 Y양에 대해 알게 된 사실 중 하나는 예상 이상으로 취미부자였다는 겁니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해서 해외에 나가면 반드시 그 지역의 서점에는 꼭 들러보고, 쇼핑도 좋아해서 마트나 백화점도 빼놓지 않고 둘러봅니다. 식도락도 좋아해서 처음 보는 소스나 음식도 도전해 보려는 의지 역시 강하고, 악기 연주에도 관심이 많아서 드럼도 칠 줄 알죠.


그리고 저는 그런 Y양의 취미에 최대한 함께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사실 저도 Y양 못지않게 취미가 다양한 편이거든요.

왜냐하면 이 세상의 대부분의 놀거리들은 게임에서 만나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001.jpg 낚시를 좋아해서 낚시 게임을 플레이할 때도 있고, 낚시 게임을 하다 보니 진짜 낚시를 하게 되기다 하고?(사진은 ‘Ace Angler 낚시 스피릿 파닥파닥 즐거운 수족관’)


악기연주? 리듬게임 넘쳐납니다. 요리와 음식? 음식 만드는 게임부터 레스토랑 영업 게임까지 있죠. 운전이나 낚시 같은 것들은 소소한 미니게임부터 본격적으로 파고드는 게임까지 정말 다양하게 있습니다.


그래서 Y양과의 연애는 연애 자체도 즐거웠지만, 다양한 경험을 한다는 면에서도 즐거웠습니다.


혹시나 제가 지루해하거나 불편해할까 봐 걱정했던 Y양도, 제가 다양한 것들을 무리 없이 즐기는 모습을 보며 많이 안심했다고 하더군요. 이런 부분도 Y양이 저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지게 되는 것에 많은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최고의 취미는 역시 ‘여행’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저희 부부는 틈만 나면 여행계획을 짜고 있는 중이죠(사진은 '볼빨간사춘기'의 명곡 ‘여행')


하지만 가는 것이 있으면 오는 것이 있어야 하는 법.


딱히 보상 같은 것을 바라지는 않았지만, Y양도 매번 자신의 취미에 제가 어울려 주는 것이 미안했던 모양입니다. 어느 날은 제가 좋아하는 게임을 한번 같이 해보고 싶다고 하더군요.


예전 ‘오락실’ 때의 참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일단 대전 게임은 리스트에서 완벽하게 제외를 시켰습니다. 그리고 함께 할 만한 협동 게임부터, 영화 보듯이 플레이를 즐길 수 있는 게임까지 정말 다양한 리스트를 저는 준비했습니다.


사실 저도 로망… 까지는 아니더라도, 연인과 함께 오붓하게 게임을 즐기는 것을 내심 기대하고 있었거든요.

그리고 약속의 날. 게임기에 전원을 넣고 제가 준비한 게임을 하나 플레이 했습니다. 게임 타이틀은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마치 SF영화를 연상시키는 훌륭한 그래픽과, 깊이 있는 스토리, 간단한 조작으로 다양한 선택을 즐길 수 있는 명작 타이틀이었죠.


일단 플레이하는 요령을 보여주기 위해 제가 시범을 잠시 보였는데, 5분도 되지 않아 Y양은 밖으로 나가버렸습니다. 어라? 왜지? 딱히 이상한 장면 같은 건 없었는데? 어디 아프기라도 한 건가? 혹시 점심 먹은 게 잘못되기라도?


그리고 잠시 뒤, Y양은 그 이유를 알려줬습니다.

화면이 너무 흔들려서 멀미가 난다고.


알고 봤더니 Y양은 아주 쉽게 3D멀미를 느끼는 체질이었던 겁니다. 영화 같은 것에서 1인칭 시점으로 약간만 카메라를 흔들어도 견디기 버거워할 정도로 말이죠.


그렇게 저의 ‘오붓한 연인들의 게임 타임’은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아예 할 수가 없다는데 어쩌겠습니까.


뭐, 다른 걸로도 재미있게 데이트는 즐길 수 있으니 딱히 문제가 될 것은 없었습니다. 커플이 즐기기 좋은 게임들의 리스트를 열심히 만들었던 저의 실망감 같은 건 뭐 아무 상관없는 일이니까요.


…아니 진짜로 괜찮다니깐요?


-계속


003.jpg 부부가 함께 플레이해보면 다양한 공감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유명한 명작 ‘잇 테이크 투’. 이거 참 같이 해보고 싶기는 한데… 뭐 어쩌겠습니까. 아닌 건 아닌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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