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비엔나의 여름은 유난히 뜨겁다. 오늘은 37도. 올해 들어 가장 더운 날씨다. 기온은 앞으로 38도, 39도까지 오를지도 모른다고 한다.
이곳은 그동안 여름도 비교적 짧았고, 습기사 별로 없어서 무더운 날씨에도 그늘에 가면 시원했었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갈수록 놀은 기온의 여름이 길어지고 있다.
22년을 살며 선풍기로 그런대로 만족하며 버텼는데, 에어컨을, 드디어 달았다. 전기세 걱정, 설치비 걱정에 늘 망설였지만, 더는 참을 수 없었다. 여름은 점점 길어지고, 더위는 매년 심해졌다.
이곳 현지인들은 에어컨 사용에 부정적인 사람들이 꽤 있는 것 같다. 지구를 망치는 요인이 된다고
그래서 나도 처음엔 에어컨 없이 버텨보려 했다.
창밖 셔터와 방충망 설치 견적을 알아보니, 우리 집(거실과 침실 2개 기준)에 6500유로, 다른 회사는 5500유로. 시에서 보조금이 조금 나온다지만, 여전히 부담스러운 금액이었다.
그런데 마침 지인이 자택에 에어컨 네 대를 7000유로에 달았다길래, 혹시나 싶어 엔지니어에게 연락했더니 몇 달째 감감무소식. 잊고 있던 어느 날, 마침내 그가 나타났다. 다행히 우리 집엔 2000유로 정도면 가능하다고 했다.
한국 친구에게 얘기했더니, 그 가격에 깜짝 놀란다. 한국에선 훨씬 저렴하다고. 이곳에선 벽걸이형 에어컨 하나도 꽤나 호사다. 하지만 나에겐 충분히 감동적인 변화다.
이제는 무더위도 두렵지 않다. 에어컨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마음이 이렇게 든든하고, 이렇게 행복할 줄 몰랐다. 지인들에게 자랑도 했다. “더위 오면 우리 집으로 피서 오세요!” 전기세는 나중 일이다.
올여름에 달은 첫 에어컨!
. 그 기쁨은 냉기보다 더 시원하게, 내 마음을 식혀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