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을 버리지 못해 고통받는 저장강박증 환자의 이야기를 읽으며, 문득 우리의 삶의 태도를 돌아보게 됩니다. 언젠가 입을 옷, 언젠가 읽을 책, 언젠가 사용할 물건들을 쌓아두고 우리는 정말 행복할까요? 쌓여가는 물건들처럼,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과 과거의 미련에 사로잡혀 현재의 행복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요?
기사에 나온 저장강박증 환자처럼 심각한 경우는 아니더라도, 우리 주변에는 '언젠가'라는 이름으로 물건을 쌓아두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세일이라 사둔 옷, 살 빼면 입으려고 모아둔 옷, 미처 읽지 못한 책, 설거지하기 불편해도 예뻐서 간직한 그릇들, 아이가 가지고 놀지 못한 장난감, 유통기한이 지나가는 비타민과 화장품까지. 이 모든 물건들은 '언젠가'라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물건들을 볼 때마다, 우리는 그것을 사고 저장할 때의 충동과 실천하지 못한 자신에 대한 감정을 되새기며 불쾌함을 느낍니다. 이는 단순히 물건의 문제가 아니라, '언젠가'라는 막연한 기대와 불안 속에 갇혀 현재의 행복을 유보하는 우리의 마음 상태를 보여줍니다.
이러한 상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시도는 물건을 비우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추억이 담긴 물건을 버리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것은 '언젠가 다시 살 수도 있다'는 불안과 두려움을 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일단 눈에 거슬리는 물건을 버려보면 놀라운 변화를 경험하게 됩니다. 물건이 없어진 자리는 텅 비어 깨끗하고 산뜻하며, 그 물건이 없어져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후련함과 안전함,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느끼게 됩니다.
물건을 비우는 경험은 우리의 생각에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종종 일어나지도 않은 일, 언제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에 대한 근심과 염려를 뇌 한구석에 저장해 둡니다. 쓸데없는 물건처럼 머릿속에 온갖 잡념을 집어넣은 채 전두엽이 과부하되어 불안하고 우울한 삶을 살기도 합니다. 이는 마치 악취 나는 쓰레기로 집을 채우는 것과 같이, 우리의 마음을 불필요한 생각으로 가득 채워 행복할 공간을 잃어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의 대사는 이 지점을 명확하게 짚어줍니다. "나는 어제 일어난 일은 생각 안 합니다. 내일 일어날 일을 자문하지도 않아요. 내게 중요한 것은 오늘,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20대에는 미처 공감하지 못했던 이 문장이 지금 다시 읽으니 깊은 인생의 미학을 담고 있습니다. 조르바는 진정한 행복이 '언젠가'에 있지 않고,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즐겁게 사는 것임을 가르쳐줍니다. 과거의 미련에서 벗어나고 미래의 불안을 떨쳐버리며, 현재의 나 자신과 나의 행복만을 생각하는 지혜. 그것이 바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삶의 태도입니다.
쓸모없는 물건을 버리듯이, 우리의 상념들도 하나씩 떨쳐내야 합니다. 그 빈 공간에 오늘 즐겁고 유쾌한 감정을 채워 넣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오늘은 선거를 하고 온 가족이 재래시장에 다녀왔습니다. 찌는 듯한 더위에 장을 보다 먹은 팥빙수는 갈증을 풀어주어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재래시장의 북카페에서 잠시 차를 마시며 쉬는 시간도 즐거웠고, 최상급 고기를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어 아이가 맛있게 먹을 생각에 설레었습니다. 공휴일이라 길이 막히지 않아 남편의 운전도 편안했고, 언제나처럼 남편과 아이가 든든한 짐꾼이 되어주어 힘든 줄 모르고 감사했습니다. 이 모든 순간들이 바로 '지금' 경험하는 행복입니다.
행복은 거창한 목표나 막연한 미래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쓸데없는 물건과 생각을 비워낸 공간에, 오늘 하루를 온전히 살아가며 느끼는 작은 기쁨과 감사함 속에 있습니다. 오늘 하루, 당신의 주변을 둘러보고 마음속을 들여다보세요.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채울지, 그리고 무엇이 당신을 '지금' 행복하게 만들지 발견하는 하루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