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학교에서 유행하던 아데노 바이러스에 장염까지 겹쳐 속을 게워내고 화장실을 들락거리며 밤새 사경을 헤맸습니다. 다음 날, 소파에 널브러진 아이의 얼굴은 반쪽이 되어 있었죠. 겨우 끓여준 흰 죽을 아이에게 내밀었지만, 그 작은 입술은 완강히 닫힌 채였습니다. 무엇이 먹고 싶으냐는 물음에 아이의 눈빛이 반짝이며 터져 나온 한마디, "짜장면!" 기름과 밀가루, 설탕과 조미료가 범벅된, 아픈 아이에게는 도무지 허락할 수 없는 음식이었지만, 아이는 눈물을 글썽이며 간절히 짜장면을 외쳤습니다. 그깟 짜장면이 뭐라고 이토록 애절할까 싶어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배 아픈 거 다 나으면 바로 짜장면 먹으러 가자!" 몇 번이고 약속하며 아이를 겨우 달랬습니다.
대한민국 어린이 중에 짜장면을 싫어하는 아이가 있을까요? 아마 찾아보기 힘들 겁니다. 저 역시 어린 시절, 졸업식이나 입학식, 생일 같은 특별한 날이면 가족들과 함께 단골 중국집을 찾았습니다. 탕수육을 비롯한 근사한 요리들이 상을 가득 채워도, 늘 그날의 피날레는 노란 단무지와 함께 배를 든든하게 채워주는 짜장면이었습니다. 아무리 많은 요리를 먹었어도 짜장면을 위한 뱃속 공간은 언제나 남아 있었죠. 쫄깃한 면발에 달콤한 소스가 만나 후루룩 입안 가득 들어차면, 그 포만감과 행복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그 어떤 화려한 청요리보다도 마지막에 맛보는 짜장면의 고소함과 달콤함, 그리고 쫀득한 면발의 식감은 뇌리에 깊이 박혀 도파민을 솟구치게 했습니다.
오랜 병환으로 입맛을 잃고 누워 계시던 어머니가 떠오릅니다. 어떻게든 한 술이라도 뜨시게 하려고 온갖 음식을 권했지만, 어머니는 음식을 거부하셨죠. 그런 날이면 아이를 어머니 앞에 앉히고 짜장면을 먹게 했습니다. 짜장면을 보고 만족스러워하는 아이의 눈빛, 젓가락으로 면을 휘휘 저어 코를 박고 후루룩 빨아 당기면 검은 소스가 콧등과 뺨에 이리저리 묻어났습니다. 아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한입 맛본 소스의 달콤함에 취해 다시 한번 후루룩 면을 빨아 당겼죠. 그러면 아이의 먹는 모습에 이끌려 침대에서 슬그머니 내려오신 어머니는 "나도 그거 한 술 다오" 하시며 어느새 짜장면 한 그릇을 비우셨습니다. "난 원래 밀가루나 기름진 음식 안 좋아하는데, 손주 먹는 모습 보니 먹고 싶네" 하시던 어머니의 말씀. 아이의 먹는 모습이 최고의 애피타이저였는지, 그렇게 어머니의 소중한 한 끼가 이어졌습니다. 어머니께 그렇게라도 더 드시고 조금이라도 더 오래 사시기를 간절히 바랐습니다.
이제 아이는 훌쩍 자라 얼굴에 짜장 소스를 묻히고 먹는 천진난만한 모습도 볼 수 없고, 짜장면 한 젓가락을 드시던 어머니도 더 이상 곁에 계시지 않습니다. 하지만 짜장면 한 그릇에 담긴 그 아련하고 따뜻했던 둘의 모습은 제 마음속 깊이 영원히 새겨져 있습니다. 짜장면이 단순한 음식을 넘어, 가족의 사랑과 추억을 잇는 소중한 매개체였음을 다시금 깨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