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땡기는 시간

by 현목




일주일에 캔 맥주 딱 두 깡통만 마시기로 하자 토요일이

입이 헤벌어졌다 약속은 깨기 위해 있으니까 두 깡통이

세 깡통으로 늘었다 역치(閾値)가 심술궂으니 하는 수 없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수요일 쯤이면 정말 뭔가가 내 몸을

땡긴다 노자의 허정(虛靜)도 너무 가만 있으면 몸이 찌푸둥해서

꼼지락거린다 내 몸의 세포가 사흘이 못 되어 지루한 모양

이다 지리산 팔부 능선 쯤 올라가 세상을 내려다 보라고 하지만

올라갔다 하면 어느새 내려와 진흙탕에서 허우적댄다 허리가

휘어지겠다 그것도 하루이틀이지 이젠 숨통을 좀 터놓아야

한다 맨날 서슬 시퍼런 맨 정신으로 사나 아주 쬐금은 때때로

제 정신이 아니어야지 모르긴 해도 김종삼이도 그랬을 게다

토요일이다 이번 주도 치열한 전투에 승리한 용사처럼 당당하게

편의점으로 들어간다 물론 명색이 기독교 신자이므로 혹시나

목사님에게 들키지는 않을까 항상 주위를 살피는 일에 게으르지

않는다 오늘은 특별히 제일 비싼 ‘아사히’ 맥주 세 깡통을 샀다

살다가 맺혀진 옹이를 풀어야겠다 관절의 마디마디 기별이

가도록, 필히 세상이 부드러워질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