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에게 보내는 편지(6)
‘시란 메타포다’ (네루다 파블로)
안녕. 순유순규 잘 있었니. 요즘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때문에 온 나라가 난리가 났다. 너희들도 조심해야겠다. 마스크 꼭 쓰고 손도 자주 씻어야 한다. 이번에 순유 졸업식에 꼭 가야 하는데 이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못갔다. 미안하다. 또 무엇보다 봄방학인데도 할아버지 부탁대로 글쓰기 연습을 잘 해주어 고마워.
시쓰는 법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지 하고 오랫동안 나는 머릿속으로 궁리를 해왔다. 왜냐하면 너희들은 어리니까 너무 어려운 얘기를 하는 게 부담이 되고 그렇다고 동시 정도를 가지고 설명하려니까 내가 동시에 대해서 아는 게 별로 없고 이래저래 고민을 하다가 쓴다. 어쨌든 순유가 3월부터는 중학생이니까 그래도 조금 이르지만 이야기를 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순규, 서윤이, 서우에게는 어렵겠지만 이번에는 그냥 그런 게 있는가 보다 하고 치고 나중에 더 학년이 올라가서 생각나면 뒤적여 봐서 복습하도록 해라.
문학에는 세 가지 장르(genre)가 있다고 한다. 첫째는 소설이다. 소설은 작가가 어떤 사상을 나타내기 위해서 이야기를 하는데 그것이 스토리(일정한 줄거리)를 가지고 있다. 그 이야기의 스토리는 도입―전개―위기―절정―대단원이라는 구성을 가지고 작가가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이다. 둘째는 희곡이다. 희곡은 연극 배우가 공연을 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그들의 대화를 수단으로 표현한 글쓰기이다. 셋째 시는 작가가 느끼는 어떤 감정(어떤 현상이나 일에 대하여 일어나는 마음이나 느끼는 기분, 예컨대 슬프고, 노엽고, 즐겁고, 두렵고, 불안하고, 연민을 느끼고, 경멸하고, 시기하고, 고통 받고, 초조하고, 우울하고, 좌절하고, 아련하고…… 이런 기분들을 말한다)을 나타내는 글이다.
사람의 정신 혹은 의식을 보통 세 가지로 말하지. 지(知)정(情)의(意)가 바로 그것이다. 지는 지성을 가리는 것을 말하는데 우리가 어떤 판단을 할 때 이성적으로, 즉 어떤 이치를 따져서 말하는 것이다. 정은 좀 전에 말한 감정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의는 의지를 뜻하는데 의지는 어떠한 일을 이루고자 하는 마음이라고 한다. 말하자면 시는 인간의 정신 중에 있는 감정을 글로 표현하려는 것이다.
자, 그러면 시란 무엇이고 도대체 어떻게 쓴다는 말인가. 이것을 정확히 쓰려면 이것을 전공한 교수라도 책 한 권은 되어야 할 것이다. 할아버지는 그런 전문가가 아니고 내가 이제껏 공부하고 정리한 것을 말하기 때문에 완벽하게 말할 수는 없단다.
여기까지 말하니까 머리가 아프지.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고. 머리도 식힐 겸 할아버지가 시를 쓰게 된 동기를 이야기 해 볼까. 할아버지가 국민학교 2,3학년 때 (그땐 부산에서 하꼬방[판잣집]에서 살았단다) 할아버지의 아저씨라는 분이 경남중학생이었는데 할아버지 집에서 하룻밤 자게 되었어. 그 아저씨가 자기가 학교 백일장에서 시부문에서 장원을 했다고 자랑하면서 학교 신문을 내게 보여 주었지. 그때부터 할아버지는 지금 생각하니까 시에 대해서 막연히 동경하고 있었던 것 같애. 그렇다고 내가 국민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때 백일장에 나가본 적은 없단다.
대학생이 되어 가톨릭 의대를 다니게 되었는데 부모님은 부산에서 계시고 나 혼자 가회동에서 하숙생활을 했지. 순유, 순규, 서윤이, 서우도 나중에 커서 대학생이 되면 남자는 여자와, 여자는 남자와 연애의 감정을 가지게 될 거야. 나도 어떤 여학생을 좋아하게 되었는데 말하자면 차여버렸어. 너희들도 알다시피 나는 성격이 내성적이라서 밖으로 떠들면서 친구와 희희덕거리는 그런 스타일은 아니다. 그러다보니 하숙집 방구석에서 시를 쓴답시고 끄적이고, 클래식 음악을 듣곤 했지. 그때 좋아하던 시인은 김종삼, 황동규 정도였고 음악은 브람스였어. 그러다가 대학을 졸업하고, 인턴―레지던트 거치고 봉직의 생활하다가 병원 개업을 했다, 2001년에 우연히 인터넷에서 하는 시강좌를 들으면서 약간은 허영에 시집 『모호한 중심』이란 책을 출판했어. 그 후에도 꾸준히 쓰기는 했지만 워낙 재능이 없는지 노력을 충분히 안 했는지 그저 그런 시인이었단다. 최근에 내 실력이 얼마나 되나 알고 싶어 지난 연말 부산일보 2020신춘문예에 내 작품 열 편을 가지고 응모를 했는데 결과는 낙선이었다. 역시 나는 ‘삼류 시인’에 지나지 않았어. 예상 못한 것은 아니었지만 막상 그런 결과를 받고 보니 한동안 우울했던 것도 사실이다. 내 이야기는 그만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자.
내가 생각하기에는 시는 자신이 느낀 어떤 감정(예를 들면 멀리 보이는 산을 보고 무언가 감동을 했다고 하자)을 직접적이 아니라 간접적으로 에둘러 이야기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산은 무엇인가 하는 것을 ‘산은 산이다’ 즉 A=A라고 말하면 시가 안 된다. ‘산은 아버지다’라고 말하면 시가 된다는 것이다. 즉 A=B라고 말해야 한다. 왜냐하면 산을 설명하는데 직접적이 아니라 아버지라고 간접적으로 에둘러서 말했기 때문이다. 산은 아버지의 이미지 즉 든든하고 내가 언제든지 안길 수 있다는 이미지로 에둘러서 말한 셈이란다.
시에는 서정시 말고 서사시, 극시 등이 있는데 지금 할아버지가 설명하는 것은 서정시, 다시 말해 개인의 감정이나 정서를 주관적으로 표현한 시를 어떻게 쓰느냐 하는 문제로 너희에게 말하고 있다.
자, 그러면 서정시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쓸까. 몇 가지 있지만 딱 두 가지만 얘기할 게.
첫째는 전통적인 서정시이다. 이것은 행(시를 가로로 쓴 한 줄)과 행 사이의 함축적(글 속에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인 의미를 나타내면서 에둘러 말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우리나라에서 너무나 유명한 김소월(1902년-1934년)의 「진달래꽃」이란 시를 보자. 이 시는 너무 유명해서 대학입시에도 나왔단다.
진달래꽃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게 되어 느낀 감정을 표현한 것인데 세 연으로 되어 있다. 첫째 연은 당신 가는 길에 진달래꽃 뿌리겠다. 둘째 연은 갈 때 내가 뿌려준 진달래꽃 밟고 가라 셋째 연은 그렇게 갈 때 나는 죽어도 눈물 안 흘린다.이 말은 반어법이라고 해서, 자기 마음은 눈물을 흘리는 것인데 겉으로는 절대로 눈물 안 흘린다고 반대로 말한 것이다. 여기에는 어떤 이미지도 별로 없다. 그냥 진술로 설명했지만 각 행마다 어떤 의미가 숨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가 일제시대와 해방되고 얼마 안 될 때까지 주로 이런 식의 시를 많이 썼다. 그러나 요즈음은 신서정시라고 해서 주로 이미지를 가지고 에둘러 말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순유순규서윤서우가 그토록 열심히 하는 은유가 여기에 속한다.
아까 ‘산은 아버지다’라고 말했지. 그런 식으로 자기가 느낀 감정을 상상력을 동원해서 은유라는 방식을 수단으로 해서 이미지를 연결하여 표현하는 것이다. 예를 한번 들어 볼 게. 할아버지가 지금도 베껴쓰기하고 연구하고 있는 송재학 시인의 시를 소개한다.
애월 바다까지
-제주시편 2
바다를,
물빛을,
가만히 내버려둘 것
한눈으로 붙잡지 못하는 부피가 버겁다
아무리 퍼내도 걷잡을 수 없는
코발트 물빛이다
방파제와 정적이 서로 혀 들이미는 오후,
내 꿈을 유채꽃 대궁 위에 올려놓는다
가까이 다가가면 애월 길은 미끈거리는 식도
검은색의 비애에 사로잡힌 건 내 소용돌이다
칼날이 된 바다가 옆구리에 박힌다
천천히 서 있는 전신주들,
느낌표처럼,
터질 듯 부푼 어떤 생의 입구마다 꽂혀 있다
애월 바다는 파랑 주의보에 익숙했으리
검은색 따라간 며칠 새
몇 개의 부음을 받았다
길 전체가 목관 악기인 애월의 해미 같은
애월은 제주도 있는 읍 이름이다. 파랑주의보는 파도 높이가 3미터 이상일 때 기상청에서 알리는 것이고, 해미의 뜻은 바다 위에 낀 아주 짙은 안개를 말한다. 자, 그건 그렇고 이 시는 애월 바다에서 시인이 느낀 감정을 표현했다. 물론 시 전체를 다 은유로 할 필요는 없다. 중간 중간에 진술(설명)을 해도 괜찮아.
은유 자체가 상상력을 필요로 하는 것이니까 어떻게 상상하면서 은유로 표현했는지 살펴보자.
•한눈으로 붙잡지 못하는 부피가 버겁다⇒ 애월바다는 한눈으로 붙잡지 못할 정도로 부피가 버겁다⇒ 우리가 이제껏 공부한 은유에 대입해 보면, A=애월바다(이건 여기서는 주어가 숨겨져 있다) B=부피 ⇒이 A, B를 가지고 은유를 통해서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
•아무리 퍼내도 걷잡을 수 없는 코발트 물빛이다⇒ A=애월바다(주어 숨어 있음) B=코발트 물 빛
•방파제와 정적이 서로 혀 들이미는 오후,⇒ A=방파제와 정적 B=혀
•내 꿈을 유채꽃 대궁 위에 올려놓는다⇒ A=내 꿈 B=유채꽃 대궁
•가까이 다가가면 애월 길은 미끈거리는 식도⇒ A=애월 길 B=식도
•검은색의 비애에 사로잡힌 건 내 소용돌이다⇒ A=검은색 비애 B=소용돌이
•칼날이 된 바다가 옆구리에 박힌다⇒ A=바다 길 B=옆구리
•천천히 서 있는 전신주들, 느낌표처럼, 터질 듯 부푼 어떤 생의 입구마다 꽂혀 있다⇒ A=전 신주 B=생의 입구
•애월 바다는 파랑 주의보에 익숙했으리⇒ A=애월 바다 B=파랑주의보
•길 전체가 목관 악기인 애월의 해미 같은⇒ A=길 전체 B=목관악기
우리가 연습해온 은유가 많지. 이렇게 은유를 잘 활용하면 한 편의 시를 쓸 수가 있다. 단 이런 은유를 마음내키는 대로 쓰는 게 아니라 지금 자신이 느끼고 있는 감정에 알맞은 것만 골라서 써야 한다. 이걸 어려운 말로는 시적 이미지의 통일성이 있어야 한다고 하지.
처음부터 은유를 능숙하게 구사하여 쓸 수는 없을 거야. 그러면 자신의 느낀 감정을 눈에 보이는 대로 적어놓고 그 다음에 자기가 거기에 적힌 명사를 A, B로 나누어 적고 그것을 조합하여 하나의 은유의 이미지를 만들어내어도 된다. 단 아까도 말했지만 그 은유들은 그냥 멋대로 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에 맞는 것만 골라서 선택해야 한다. 이미지의 통일성을 위해서다. 마지막으로 할아버지의 시를 하나 소개할게.
엽서
감암산(甘闇山) 산행을 나선다. 오늘은 될 수 있는 한 말을
아끼려고 한다. 초입의 길가에 나란히 선 벚나무의 잎이 아래로
빗방울처럼 달려 있다. 무게를 겨우 감당하는 걸까. 시월이라
이미 초록의 잎새에 단풍이 파도처럼 밀려 들어와 있다. 붉은색
주황색이 배어든다. 군데군데 구멍도 나고 흑색 반점이 찍혀
있다.
낙엽을 닮은 엽서가 도착했다. 뒷면을 열어보니 시간이 차곡차곡
쌓여 있다. 붉은색, 노란색, 주황색, 갈색으로. 인연은 사라지고
색깔만 남았다. 나뭇잎도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것이다.
영원한 잠을 기다리면서. 떨켜를 끊고 스스로 낙하했다.
그럼 이만 총총(悤悤).
내가 이제껏 설명해 왔던 것은 운문시(언어의 배열에 일정한 규율 또는 운율이 있는 글)였고, 이 시는 산문(자유롭게 쓴 소설이나 수필 같은 글)으로 써서 산문시라고 한단다. 여기는 내가 그토록 강조했던 은유는 별로 많지 않아. 대신 낙엽을 열심히 이야기 해놓고는 제목을 엉뚱하게 엽서로 달아 버렸다. 즉 나뭇잎을 엽서로 치환(바꾸어 놓음)해 버렸다.
시에는 몇 가지 범주가 있다. 처음 김소월 시는 행이 함축적 의미를 갖는 시이고 둘째의 송재학의 시는 이미지를 발견하는 것이고 마지막 할아버지 시는 어떤 이미지를 다른 이미지로 치환한 것이다. 그러니까 이 시가 행의 함축인지, 이미지의 발견인지 혹은 이미지의 치환인지를 기억해 두면 좋을 것 같다. 치환은 결과적으로 문장 하나의 은유가 아니라 시 전체의 문장이 은유로 전환되는 셈이다.
자, 이제 실제로 시를 하나 지어 보자. 시는 자신이 어떤 감동을 받았을 때 시작된다고 했지. 우리는 그 때를 보통 시상(詩想)이 떠올랐다고 하지. 예를 들어 볼까. 순유가 어느 날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왔는데 봉봉이가 순유의 가슴팍으로 뛰어들면서 안겼어. 그런데 봉봉이의 눈을 보니 그날따라 눈동자가 안개가 낀 것 같고 어떤 슬픔 같은 것을 느꼈어. 음, 이걸 시로 써서 나타내보자라고 순유가 마음을 먹었다고 하자. 그러면 어떻게 할까. 순유가 나타내고자 하는 봉봉의 눈의 슬픔에 관계되는 이미지를 모으는 거야. 이걸 앞에서 이미지의 통일성이라고 했지. 봉봉이의 눈을 보면서 상상력(은유)를 동원하여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의 눈동자에는 파도 소리가 들린다(A=봉봉이의 눈동자, B=파도 소리)
잔잔한 물결 위에 비치는 햇빛은
그가 걸어온 길이다(A=물결위의 햇빛, B=봉봉이의 길)
엄마는 어디 있을까
그리움이 짙은 안개가 되어 내게로 달려왔나(A=그리움, B=안개)
내게 안긴 체온이 몸 구석구석 여울져 간다(A=체온, B=여울)
봉봉이의 숨결에는 바다 냄새가 난다(A=숨결, B=바다 냄새)
이제 남은 것을 제목이다. 제목은 간단히 ‘봉봉이’ ‘봉봉이의 눈’ 혹은 ‘봉봉이의 눈에는 슬픔이 서려 있다’라는 식으로 하나의 단어 혹은 하나의 문장으로 써도 된다. 이런 식으로 자신의 시상을 정리하여 보통 15행 정도로 쓰면 한 편의 시가 된다. 물론 그 행은 더 짧을 수도 길 수도 있단다.
근데 할아버지, 우리는 할아버지처럼 시를 오래 써보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그렇게 술술 쓸 수 있겠어요?라고 순유와 순규가 내게 질문을 할 것 같구나. 글쎄,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 이렇게 하면 어떨까.
우선 봉봉이한테 있을 수 있는 A를 다 찾아서 나열해 보는 것이다. 우리가 여기서 A라고 한 것은 눈동자, 그리움, 체온, 숨결이었어, 이 A와 맞물리는 B라는 구체적 사물명사 혹은 동사를 순유순규가 상상력을 동원해서 찾아내는 것이다. 여기가 바로 시를 얼마나 잘 쓰느냐가 달려 있는 곳이야. 우리가 찾아낸 혹은 상상해 낸 B는 파도소리, 안개, 여울, 바다 냄새였지. 만약 A가 모자라면 이미 만들어낸 B와 연관된 이미지의 구체적 사물명사 혹은 추상명사에서 찾아내서 그걸 다시 A로 사용하면 돼. 우리가 지은 시에서는 ‘물결 위의 햇빛’이 A였지.
할아버지 너무 어려워요. 좀 더 쉽게 설명하면 안 되요라고 물을 것 같네. 이런 방법은 어떨까. A를 하나 쓰고, 거기다 생길 수 있는 B를 열 개쯤 그저 머리에 떠오르는 대로 적어 보는 거야. 그리고는 A에다가 열 개의 경우를 수를 다해 은유를 만들어 보고 그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보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 같애. 예를 들면, A=눈동자 B=바람, 비, 파도소리, 안개, 섹스폰, 달, 제비꽃, 절벽, 황토, 강. 이렇게 해서 눈동자 +바람, 눈동자+비, …… 이런 식으로 열 개의 경우의 수를 해 보는 거야. 중간에 좋은 것이 나오면 안 해도 물론 되지.
여기서 복습을 하나 더 해보자. 할아버지가 매번 숙제를 내주던 A와 B를 생각해 봐. A를 어려운 말로 ‘원관념’(표현하고자 하는 실제 내용)이라고 하고 B를 ‘보조관념’(원관념의 뜻이나 분위기가 잘 드러나도록 도와주는 관념)이라고 해. 좀 전에 보았듯이 A는 눈으로 잘 볼 수 있으니까 별로 어렵지 않은데 문제는 B란다. B를 선택할 때 A와 같은 종류, 혹은 계층의 단어를 고르면 재미가 없어지지. 말하자만 상상력이 빈곤하다는 말이 된다. A와 층위(차원)이 다른 B를 찾아내야 해. 예를 들어, 눈동자(A)를 찾아서는 ‘맑다’는 이미지를 붙이면 안 된다는 거다. 여기에 전혀 층위가 다른 파도소리(B)를 붙여야 제대로 된 은유의 구사가 되는 것이다. 근데 이게 정말 어렵다. 이건 할아버지도 썩 잘 하지는 못한단다.
오늘은 너무 길어졌고 내용도 만만치 않다. 허나 이것은 할아버지가 20년 이상 시에 대해서 공부한 결과물이니 나중에라도 필요하면 꼭 참고해라. 그럼 바이.
2020년 2월 23일 밤 11시 24분
학이재(學而齋) 우거(寓居)에서,
할아버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