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에게 보내는 편지(15)
시상이 안 떠오르면 브레인 스토밍으로
순유, 순규 잘 있었냐. COVID-19 때문에 난리네. 서울에도 마음놓고 못 올라가겠다. 순유는 이제 학기말 시험이라 정신 없겠다. 순규는 아직 초등학생이니 순유 형처럼 그런 스트레스는 없겠다마는 세상만사 다 남의 일이 아니고 내게도 언젠가는 돌아오는 몫이겠지.
이번에 논술에 대해서 이야기한다는 게 나로서는 무척 부담감이 많았다. 왜냐하면 시나 수필은 내가 부족하지만 그래도 내 나름의 관점을 가지고 의견을 말할 수 있을지 몰라도 솔직히 말해 ‘논술’은 나도 잘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감히 『논술의 정석』을 소개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첫째는 ‘논술’에 관한 문제집을 몇 개 풀어보니까 논술의 기본이 ‘논리학’이고 그것의 가장 기초가 연역법과 귀납법이었다. 둘째는 너희가 고2나 고3이면 내가 이 책을 권할 수가 없다. 초6에서 고2 정도의 학생만이 이 책을 읽을 수 있는 여유가 있다. 고2, 고3이면 이런 기초보다는 당장 문제 풀이를 해서 실전을 경험해야 한다. 이때는 나 같은 아마추어가 아니라 전문 강사의 강의를 들어야 한다.
이 책을 소개하기 전에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논술(논리학)은 상상이 아니라 ‘사실’을논리적으로 이치에 맞게 써야 한다. 따라서 우리가 몇 년 동안 애써 공부해 왔던 은유(상상)를 사용하면 안 된다. 왜냐하면 은유란 의미가 모호하여 사람에 따라서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논술은 이러한 모호성을 가지면 안 된다. 단순하고 명료해야 한다.
내가 논리학을 전공하거나 오랫동안 공부해 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너희들이 알기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아쉽지만 소개하는 정도로 그칠 수밖에 없다. 그 대신 너희가 공부해야 할 부분을 알려줄 테니까 스스로 공부해서 깨닫기 바란다.
첫째, 내가 보내준 『논술의 정석』을 읽어본다.
둘째, 내가 요약한 것을 다시 정독해 보고 될 수 있는 대로 외울 수 있는 것은 외워라.
셋째, 내가 정수만 뽑은 것은 주로 붉은색 활자로 되어 있다. 이것은 거의 다 외워라.
넷째. 내가 만든 시험문제(64문제)가 있다. 그것을 학교에서 시험보듯이 정식으로 시험을 쳐라.
다섯째, 답안지를 따로 보냈으니 답안지와 맞춰보고 틀린 것은 다시 읽어보고 외워라.
논술(논리학)에 대한 이 정도의 기본 지식을 가지고 있으면 나중에 실전에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물론 이것은 한번 요약을 보고, 시험친다고 되는 것을 아니리라고 본다. 본인이 책과 요약본, 시험지를 잘 간직하고 있으면서 생각나거나, 시간 나면 다시 읽어보고 암기를 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지난 번에 내가 시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Brain Storming’을 무슨 대단한 비밀처럼 말했던 것을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사실은 나도 그렇게 말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으로는 캥기는 바가 있었다. 왜냐하면 나도 이 ‘Brian Storming’에 대해서 오랫동안 생각해보고 실제로 적용해온 경험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몇 번은 아니지만 내가 직접 시험해 보았다. 물론 앞으로 기회가 있으면 더 경험을 쌓으려고 하지만 말이다.
내가 ‘Brain Storming’한 것을 보고 너희도 참고하기 바란다. 순유, 순규가 지난 번에 할아버지, 할머니랑 갈모봉 산에 간적이 있지. 그때 할아버지는 낭떠러지 바위에 달랑 올라타고 있는 조그만 한 그루 소나무를 본 적이 있다. 그걸 시로 써보고 싶었다.
Brain Storming
-아기 발가락 뿌리,
-천진한 걸음
-바위는 문을 닫아 걸다.
-절벽인줄 모르다
-바위는 의지의 응결,
-거부,
-산위를 부는 바람이 바위를 때리다.
-비오는 날 바위가 열다
-어둠속이 이렇게 밝다
-와디 (같이 마른 수맥을 따라가다)
-목말을 태운 바위
-초라한 비쩍 마른 소나무 한 그루
-뿌리가 낸 길로 들어오는 빛 줄기
-바위는 무거운 것이 아니라 이제는 빛을 품고
-가볍다
-소나무가 걸터앉은 것이 아니라
-바위가 목말을 태우다
낭떠러지 바위와 어린 소나무를 보면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일단 종이에 적어 놓아보았다. 그리고 나서 그 이미지들을 내가 느낌이 오는 대로 연결하여 하나의 시행으로 완성시켜 시를 한 작품 만들었다. 바위에 어느 날 소나무 씨앗이 떨어지면서 바윗속으로 뿌리내리는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바위에 걸터앉은 소나무 한 그루
갈모봉 가는 산길에 바위 하나
산등성이에 한 발 걸치고 매달려 있다
바위 위에 가부좌 튼 야윈 소나무 한 그루,
아기 발가락 뿌리의 천진한 걸음에도
바위는 생명을 거부했지
산 위를 부는 바람이 바위의 경직을 두들기고
비가 오는 날
와디 같은 마른 수맥을 따라
소나무 뿌리는 걸어 들어왔지
그 길로 들어오는 한 줄기 빛
어둠 속이 밝다
바위는 무거운 것이 아니라 이제는 빛을 품고
가볍다
바위가 소나무 한 그루
목마를 태운다, 허허로이
*와디: 건조 지역에서, 평소에는 마른 골짜기이다가 큰비가
내리면 홍수가 되어 물이 흐르는 강
오늘은 이만 쓸 게. 그럼 바이.
2021년 6월 19일 일요일 오후 4시 33분
학이재(學而齋) 우거(寓居)에서
할아버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