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는 진정한 인간관계를 회복시켜 준다
평소에 우리나라 사람은 사과를 잘 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실제로 길가다가 부딪쳐도 ‘미안합니다’라는 말을 하는 경우는 저의 주관적 경험칙으로는 2,30퍼센트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추측합니다. 물론 저라고 그 범주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아닙니다. 이럴 때마다 제가 처음 일본 여행을 갔던 1993년 오사카에서의 일이 아직도 생생하게 생각납니다.
일행과 함께 오사카 성을 구경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길이 약간 구부러져 있었는데 무심코 보도에서 차도로 한발 내려갔습니다. 마침 승용차가 오다가 저 때문에 멈추어 섰습니다. 횡단보도도 아닌 데에서 차도로 들어간 저의 잘못이었습니다. 미안하여 당황하고 있는데 승용차 속의 핸들을 잡고 있던 여자가 오히려 멈추고는 ‘스미마셍’(미안합니다)하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거의 자동으로 나왔습니다. 잘못은 제가 했는데 상대방이 “미안하다”고 하니 무슨 상황인지 순간적으로 혼란스러웠습니다.
우리나라 사람이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잘 사용하지 않는 이유를 나름대로 생각해 보면 아마도 유교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유교는 유독 효를 강조하는 것 같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는 단군 이래로 오랫동안 전란 속에 살아온 민족이다 보니 나라에서 자신을 보호해 준다는 의식보다는 가족이 단결하여 각자도생하여 왔습니다. 따라서 오직 수직관계의 효가 발달한 것이라고 혼자 짐작해 봅니다. 그러다 보니 부모 형제에게는 잘 하지만 옆에 있는 사람에게는 배려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그에 반해서 일본은 고유 종교인 신도와 불교와 유교가 혼합되어 있지만 유교의 측면에서 보면 경(敬)에 중점을 두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물론 학문적으로 증명이 된 것이 아니고 저의 개인적 생각입니다. 경은 수직보다는 수평적 관계를 중요시합니다.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갖습니다. 상대를 생각해 주지만 그러나 나의 영역으로 무례하게 들어오면 가차없이 응징을 가합니다. 우리나라는 걸핏하면 ‘죽인다’라는 말을 잘 사용하지만 실제로 살인이 일어나는 일은 드문 것 같습니다. 일본은 ‘죽인다’라는 말을 썼다면 아마도 그와 같은 결과가 일어날 것이라고 봅니다.
우리도 이제는 60년대의 3류 국가에서 이제는 2류까지 왔는지 잘 모르겠고 제 생각은 1.5류까지는 왔다고 보는데 그 고비를 못넘기는 것 같습니다. 그 고비를 넘기는 것 중에 하나가 이 사과하는 언어를 얼마나 잘 사용하느냐에도 달려 있지 않을까요.
우리는 항상 의도하지는 않지만 상대방에게 부딪쳐 그가 들고 있는 커피 잔을 쏟을 수가 있습니다. 그럴 때 감정의 벽이 생깁니다. 이때 서로의 관계를 잘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과가 필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과가 사랑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에 대한 저자의 기본적인 발상은 『5가지의 사랑의 언어』와 거의 동일합니다. 서로 살아가면서 상대방에게 상처를 줄 수 있습니다. 이때 우리는 그 상처에 대해 공의(公義)와 사과 둘 중에 하나가 필요합니다. 공의는 상처 입은 자에게 만족감을 줄 수는 있지만 인간관계는 회복시켜 주지 않습니다. 그러나 사과는 인간관계를 회복시켜 줍니다. 사과만이 진정한 화해와 용서의 길로 인도합니다. 좋은 인간관계를 맺는 비결이 사과의 언어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사람마다 반응하는 사과의 언어가 다르다는 점입니다. 마치 각자에게 사랑의 언어가 다르듯이 말입니다.
사과와 관련해서 우리가 바라는 것은 상대방의 신실성입니다. 그 사과가 진실하기를 바랍니다. 그 신실성을 어떻게 분간할 수 있나요. 이 신실성의 증거가 사람마다 사과의 언어가 다른 이유가 됩니다. 따라서 우리는 자신의, 혹은 상대방의 사과의 언어를 배울 필요가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저자는 사과의 언어의 종류가 다섯 가지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제1의 사과의 언어가 유감표명(“미안해요”)입니다. 유감 표명은 감정적 표현이라고 합니다. 그것은 피해자에게 깊은 상처를 준 데 대한 죄책감과 수치와 고통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제2의 사과의 언어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책임을 인정(“내가 잘못 했어요”)을 하는 것입니다. 책임을 인정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책임을 인정하는 순간 보상과도 연결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혹은 자신의 자존심을 내려놓아야 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제3의 사과의 언어가 보상(“어떻게 해드리면 좋을까요”)입니다. 공적인 보상은 공의에 기초하지만 가족 구성원 간에는 진심어린 사랑의 언어로 보상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미안해요’ ‘내가 잘못했어요’라는 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제4의 사과의 언어는 진실한 뉘우침(“다시는 그러지 않을 게요“)이어야 합니다. 참된 뉘우침은 자신의 마음에서 변화하려는 결심을 가리킵니다.
제5의 사과의 언어는 용서의 요청(“나를 용서해 주시겠어요?”)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앞의 네 가지 사과의 언어로는 감정의 벽이 제거가 되지 않습니다.
‘다섯 가지 사랑의 언어’에서 상대방이 원하는 제1의 사랑의 언어가 무엇인지를 찾듯이 ‘사과의 언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면 자신의 사과의 언어를 어떻게 찾을 것인가 대해 저자는 세 가지를 들고 있습니다. 첫째 내가 상대방을 진정으로 용서하기 위해 그에게 기대하는 행동이나 말은 무엇인가 물어 보고, 둘째 이 상황에서 나에게 가장 깊은 상처를 주는 것은 무엇인가 물어 보고, 셋째는 내가 사과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언어는 무엇인가를 물어 보라고 권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이 사과를 할 때 상대방의 진실성을 인정할 수 있는 사과의 언어를 찾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들 중에는 사과를 유난히도 잘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이유를 저자는 또 세 가지로 설명합니다. 첫째는 그에게는 노력할 만한 가치가 없다는 것입니다. 상대방과의 관계를 중요시하지 않는다는 말이 됩니다. 둘째는 자신의 행동이 정당하며 상대방이 잘못이라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셋째는 낮은 자존감과 결부될 수 있습니다. 이런 사람은 사과를 하는 것은 자신의 나약함을 나타낸다고 생각합니다.
사과하기 힘든 또 하나의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어릴 적에 사과하는 법을 배운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들은 바로는 일본 사람은 어릴 때부터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말라‘고 가르친다고 했습니다. 남에 대한 배려가 우선입니다. 우리는 아마 ’남에게 기 죽지 말라‘고 가르칠 것 같습니다. 자기중심적입니다.
우리는 어차피 살아가면서 혼자일 수는 없습니다. 서로 타인과 관계를 맺고 살아갑니다. 그때 우리는 그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음으로 마음의 평안을 유지할 수가 있습니다. 사과는 일상의 일이지만 이것을 영적인 면까지 확대하면 회개에까지 이를 수 있는 개념이 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사과는 인간적으로 성숙한 사람만이 구사할 수가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이 책에는 아주 특이한 기술이 있습니다. 자기 자신에게 사과하기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자기 자신에게 사과하는 이유는 다른 사람에게 사과하는 이유와 동일하다고 합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과의 관계 회복을 원합니다. 자신이 원하는 도덕적 기준에 의해 살지 못했을 때 우리는 자신이 되고 싶은 모습(이상적 자아)과 현재의 자신(실제 자아) 사이에 갈등이 생깁니다. 그러나 자신에게 사과함으로써 그 둘 사이의 정서적 불균형을 제거하게 됩니다. 저자는 그 방법으로 사과의 내용을 적어 거울을 보면서 자신의 귀로 들릴 수 있게 말하라고 합니다. 자신에 대한 사과는 ‘자신과의 화평’을 회복하는 중요한 단계가 될 것이다라고 저자는 알려주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티비에서 ‘절친 노트’라는 프로를 본 적이 있습니다. 저는 잘 모르지만 예전에 R.ef라는 댄스그룹이 있은 모양인데 그 둘 중에 한 명이 솔로로 나가면서 상대방에게 일언반구도 없었다고 하여 둘의 관계가 깨어져 버려 절교하였던 것 같습니다. 그 둘을 화해시키기 위한 프로였습니다.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보니 이 책에서 말하는 사과의 언어를 적용시킬 수 있는 실습 문제 같아서 흥미있게 보았습니다. 멤버 중 A는 계속 말하는 것이, B에게 그 당시 일이 정말로 잘못했다는 책임의 인정(제2의 사과의 언어)을 요구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B는 자기는 어쩔 수 없이 그럴 수밖에 없었고 너를 속이려고 한 것은 아니라고 변명을 하면서 자기 정당성만 주장을 하였습니다. B는 미안했다는 말을 하는데 그렇게 힘들어 보였습니다. 그러니 그 둘은 계속 평행을 달리다가 결국은 B가 자기가 한 행동에 대해 미안하다고 유감표명(제1의 사과의 언어)을 하였습니다. A가 요구하는 사과의 언어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화해하는 걸로 결말이 났습니다. 그것을 보면서 우리들도 알게 모르게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거나 마음의 상처를 입혔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이 5가지의 사과의 언어를 안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