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아닌 사과나무꽃이 활짝 피었다

by 현목




태풍 불어

나뭇잎 다 떨어지는데

배나무 벚나무가 꽃을 피웠다

때아닌 사과꽃이 활짝 피었다

혼절한 정신이 꽃이 된 것이다

코발트색 하늘을 흘낏 생각하던

꽃의 안쪽에는 노을이 숨겨져 있다

분홍색은 비애의 다른 말이다

벌초하던 날

멀리 보이는 산마루

일사 후퇴 때 임진강 언 강물 아래

희고 깜깜한 심연

다닥다닥 피난통의 오형제 굴껍질처럼 서로 붙어

피워내던 그 절망의 꽃처럼 오늘

때 아닌 사과꽃이 활짝 핀 것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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