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에 구치 시계가 은빛 수갑으로 채워져 있다 시침과 분침이
앞만 보고 걷고 있다 잘 때 풀어놓아도 아침이면 잘 붙는
접착제로 달라붙는다 내가 고주망태가 되어도 오불관언으로
제 갈 길 뛰어간다 세상 사는 것이 우스워 킬킬거려도 독일
병정이다 차가운 강철 속에 갇혀 있는 시간이 투명한 유리
케이스 너머로 보인다 도무지 들어갈 수 없는 시간이다 언젠가
내가 정지하면 그는 그제서야 정신이 들고 한숨을 쉬면서
툭툭 털고 제 갈 길을 갈 것이다 먼지로 천천히 삭아져 살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