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현목




다석(多夕)은 어느 날 50너머 아내와 그짓을 끊고

옷은 안 입어도 살고

집은 없어도 어느 처마 밑에 새우잠을 잘 수도 있고

어머니 아버지 돌아가셔도

슬픔이 구름장처럼 어깨를 누르고

정수리 치는 못질에도 혼절하지 않고

세상 까무러치는 황망 중에도 노란 소고기 국밥,

은 먹어야 하는데

밥 한 그릇 무덤처럼 고봉으로 올라오고

눈물이 팡팡한 하루라도 이것 없으면 못 사는 것을 하대하였구나

하나님은 그래도 이놈들이 밥 먹지 않을까 봐

혓바닥에다 딸기 같은 사탕을 뿌려 놓았구나

결국 허겁지겁 살아온 것도

이 고봉 한 그릇인데

경건히 무릎 꿇고 먹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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