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by 현목

공짜




내가 깃든정자와 난자도 나의 것은 아닙니다

상실기(桑實期)와 포배기(胞胚期)에도 나는 밖의

우로(雨露)가 필요했습니다 태어나서부터 갑자기

손에 허공을 쥐면서 내 것이 생겼습니다 그 다음부터

나에게 들어온 것은 모두 나의 소유였습니다 통장도

아내도 집도 자식도 하다 못해 애완견 신디도 무슨 무슨

번쩍이는 회장도 의사면허도나의 소유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10년 혹은 20년 후의 죽음도 나의 차지입니다

그 가진 것이 모두 공짜였습니다 ‘나’ ‘나’ 나‘…만

하다가 한 세상 가네요 이걸 버리고 가다니 너무

아깝습니다 억울합니다 나는 공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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