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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목 Apr 15. 2024

봄맞이*

봄맞이*         



      

나는 언제나 방긋 웃어요

부처님의 입에 설핏 걸린 

미소에 비하면 철없겠지만 말입니다

햇빛이 따신 날은 말할 것도 없고

비가 내려도

바람이 불어도

곤줄박이가 내 면상에 똥을 싸도

조건없이 웃는 것이

그나마 나의 어설픈 믿음이에요

물론 ‘남 몰래 흐르는 눈물’도

웃음으로 꽃 피어요

방긋 웃으려면 정장(正裝)을 입어야 합니다

입을 예쁘게 약간 벌립니다

소리가 없어야 합니다

가벼워야 해요

때론 세상 만물이

씨상이라고 날 비웃기도 하지만

웃으면 복이 오는 걸 바라는 걸 아니고요

기지개 펴는 연둣빛 자연에

내 몸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자족한답니다




   

*봄맞이: 앵초과에 속하는 한·두해살이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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