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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송세월

by 현목

*『허송세월』을 읽고 손주들에게 독후감을 편지로 쓴 것입니다.



이번에는 김훈이라는 소설가에 대해 말해보고 싶다. 내가 김훈에 대해 관심을 갖는 데는 이유가 있다. 하나는 그가 나와 같은 나이라는 점이다. 나이가 같다는 것에서 그는 나와 어떻게 다른가 하고 비교를 하게 된다. 그는 서울에서 태어나서 육이오 사변 통에 부산으로 피난갔다가 국민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서울로 와서 돈암국민학교, 휘문중고, 고래대학영어영문학과 중퇴하고 한국일보 사회부 기자로 시작하여 여러 신문사를 거쳐서 퇴직하고 나서 소설가가 되었단다. 1995년에 나온 『빗살무늬 토기의 추억』이 그의 첫소설이었다. 김훈이 유명세를 타게 만든 소설은 충무공 이순신을 주인공으로 쓴 『칼의 노래』였다.


나는 육이오 사변 때 이북 북청에서 피난 와서 부산에 살면서 고등학교까지 나오고 대학은 서울에 있는 의과대학을 나왔다. 시 쓴다고 나부대다가 2004년 첫시집 『모호한 중심』을 냈다.


여기까지는 사설(辭說/nitpicking)이고 실제로 말하고 싶은 것은 김훈 작가와 나와 비교였다. 그는 무언가 당당하고 자신감이 있어 보인다. 그런 반면에 나는 무언가 소심하고 자신감이 없는 것 같다. 그런 그가 부러운 것이다.


김훈 작가와 나와 비슷한 점이 있었다. 그도 나처럼 나이가 드니 어디가 아프다는 말을 많이 했다. 그는 나처럼 술을 좋아했다. 와인은 싫어하고 좋아하는 것은 위스키라고 했는데 나도 와인은 별로고 소주도 그다지 즐기지 않는다. 젊었을 때 와인 먹고, 소주 먹고 학을 뗀 적이 있어 별로 안 먹고 한때는 주로 매실주를 먹었지. 위스키는 좋기는 하지만 비싸서 안 먹고 요즘은 일주일에 맥주 두 캔 정도 마신다. 김훈 작가의 특별한 버릇이 있단다. 그는 컴퓨터를 이용해서 문서 작성을 하지 않고 아직도 원고지에 직접 연필로 쓰고 있다고 한다.


다른 하나는 그의 문체에 일찌기 나는 매료되었다(be fascinated)는 점이다. 우리들이 옛날에 글쓰기 공부하면서 거의 후반전에 종합명제의 문장 만들기의 재료로써 이용했던 책이 바로 김훈의 『자전거 여행』이란 산문집이었다. 그 책을 나는 거의 베껴쓰기를 했고 그 중에서도 메타포 문장은 따로 내 문서에 타이프 쳐서 보관하고 있단다.


이번에 김훈 작가는 『허송세월』이란 산문집을 사서 책을 펼쳐 보니 2024년 6월 20일에 초판 발행했는데 2024년 8월 20일, 즉 20일만에 13쇄를 찍었다고 한다. 놀래서 기절할 뻔했고 부럽기도 하고 약간은 질투도 났다. 나는 무명작가라서 시집을 내면 내 돈을 내고 책을 출간을 해야 한다니 항상 자격지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나마 『의사 할배가 들려주는 조금 다른 글쓰기』는 운이 좋아서 친구 동생이 출판사를 운영하는데 그의 호의로 인해 내 돈 한푼도 들이지 않고 출판한 적이 있다마는 항상 심적 부담은 갖고 있다.


『허송세월』 수필집을 읽으면서 김훈 작가의 수필 쓰는 방법에 대해서 다시 한번 살펴보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가 옛날에 수필 쓰기에 대해서 말한 적이 있을 것이다. 수필 쓸 때 경험만 말하면 신변잡기가 된다고 말이다. 거기에 반드시 자신의 관점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허송세월』에 있는 수필 제목은 총 43개였다. 그중에 ①경험만 쓰기가 5편이었고, ②사색하기 혹은 상상하기로만 쓰기가 5편이었고, ③경험하기를 쓴 다음에 사색하기 혹은 상상하기로 쓴 것이 가장 많은 32편이었고, ④경험하기와 사색 혹은 상상하기를 같이 섞어서 쓴 것이 1편이었다. 김훈 작가의 책의 제목이기도 한 「허송세월」 작품은 실제로 허송세월한 경험은 거의 없고 자신의 사색과 상상을 얘기하고 있단다.


물론 사색하기 혹은 상상하기는 우리가 앞에서 말한 관점에 해당한다. 사색하기 혹은 상상하기는 그 글을 쓰는 사람의 지식의 깊이와 넓이가 여실히 드러나는 곳이기도 하다. 김훈 작가가 나보다 빼어난 점이 여기다. 이건 평소에 어떤 사물이나 현상에 대해 자신이 스스로 깊이 사색하는 습관이 되어 있어야 비로소 나타나는 것이다. 나에게는 이것이 모자랐다. 그저 외우기만 했지 그것을 깊은 사색으로 이끌 줄을 몰랐던 것이다.


이제는 실제로 경험하기와 사색하기가 어떻게 전개되는지 극히 일부지만 김훈 작가의 글에서 예를 보여줄 테니까 참고하여 너희들의 글쓰기에 적용하기 바란다. 물론 나에게도 해당되는 말이기도 하다.


「여름 편지」

책을 읽다가 눈이 흐려져서 공원에 나갔더니 호수에 연꽃이 피었고 여름의 나무들은 힘차다. 작년에 울던 매미들은 겨울에 죽고 새 매미가 우는데, 나고 죽은 일은 흔적이 없었고 소리는 작년과 같았다. 젊은 부부의 어린애는 그늘에 누워서 젖병을 물고 있고 병든 아내의 휠체어를 밀고 온 노인은 아내에게 부채질을 해 주고 물을 먹여 주고 입가를 닦아 주었다.

호수의 물고기들 중에서는 어떤 놈은 내가 물가로 다가가면 나에게로 와서 꼬리 치는데, 아 저 사람 또 왔구나, 하면서 나를 알아보고 오는 그놈이라고 나는 믿는다.

(여기까지는 김훈 작가가 호수에서 경험한 것들을 객관적으로 서술한 것이다.)


연꽃의 흰 꽃잎에는 새벽빛 같은 푸른 기운이 서려 있어서 말을 걸기가 어려웠다. 연꽃은 반쯤 벌어진 봉우리의 안쪽을 보여주지 않았는데, 거기는 너무 순수하고 은밀해서 시선을 들이대기가 민망했다. 연꽃의 향기는 멀고 은은해서 사람을 찌르지 않고 연꽃의 자태는 아름답지만 사람을 유혹하지 않는다. 넓은 호수에서 연꽃은 등불처럼 피어 있었다.

모든 생명은 본래 스스로 아름답고 스스로 가득차며 스르로의 빛으로 자신을 밝히는 것이어서, 여름 호수에 연꽃이 피는 사태는 언어로써 범할 수 없었다. 일산 호수공원의 꽃들은 언어 너머에서 피어났고 여름 나무들은 이제 막 태어난 시간과 공간 속에서 빛났다. 나무들은 땅에 속박되지 않았다. 사람의 생명 속에도 저러한 아름다움이 살아 있다는 것을 연꽃을 들여다보면 알게 된다. 이것은 의심할 수 없이 자명했고, 이미 증명되어 있었다.

(여기 두 문단은 그냥 김훈 작가가 눈에 보이는 대로 귀에 들리는 대로 감각을 통해 들어온 것만 쓴 것이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 사색한[어떤 것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고 이치를 따진] 것 혹은 자신이 만든 메타포를 기술한 것이다)


물론 모든 글쓰기를 이런 식으로 써야만 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다만 내가 이런 식의 글쓰기를 좋아하고 또 높이 평가하는 나의 선호(여럿 가운데서 특별히 가려서 좋아함)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참고하기 바란다.

이번에는 김훈 작가에 대해서 특별히 소개했다. 그럼 이만 총총, 바이.



2025년 1월 26일 토요일

진주 학이재(學而齋)에서

할아버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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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우리가 예전에 하던 은유, 진술, 직유의 분석을 한번 해보자.

----ⓜ(metaphor) ----ⓢ(statement) ----ⓢ‘(simile)


∙책을 읽다가 눈이 흐려져서 공원에 나갔더니 호수에 연꽃이 피었고 여름의 나무들은 힘차다. ----ⓢ

∙작년에 울던 매미들은 겨울에 죽고 새 매미가 우는데, 나고 죽은 일은 흔적이 없었고 소리는 작년과 같았다. ----ⓢ

∙젊은 부부의 어린애는 그늘에 누워서 젖병을 물고 있고 병든 아내의 휠체어를 밀고 온 노인은 아내에게 부채질을 해 주고 물을 먹여 주고 입가를 닦아 주었다.----ⓢ

∙호수의 물고기들 중에서는 어떤 놈은 내가 물가로 다가가면 나에게로 와서 꼬리 치는데, 아 저 사람 또 왔구나, 하면서 나를 알아보고 오는 그놈이라고 나는 믿는다. ----ⓜ

----ⓜ(1) ----ⓢ(3) ----ⓢ‘(0)


----ⓜ(metaphor) ----ⓢ(statement) ----ⓢ‘(simile)


∙연꽃의 흰 꽃잎에는 새벽빛 같은 푸른 기운이 서려 있어서 말을 걸기가 어려웠다. ----ⓜ----ⓢ‘

∙연꽃은 반쯤 벌어진 봉우리의 안쪽을 보여주지 않았는데, 거기는 너무 순수하고 은밀해서 시선을 들이대기가 민망했다. ----ⓜ

∙연꽃의 향기는 멀고 은은해서 사람을 찌르지 않고 연꽃의 자태는 아름답지만 사람을 유혹하지 않는다. ----ⓜ

∙넓은 호수에서 연꽃은 등불처럼 피어 있었다.----ⓢ‘

∙모든 생명은 본래 스스로 아름답고 스스로 가득차며 스르로의 빛으로 자신을 밝히는 것이어서, 여름 호수에 연꽃이 피는 사태는 언어로써 범할 수 없었다. ----ⓜ

∙일산 호수공원의 꽃들은 언어 너머에서 피어났고 여름 나무들은 이제 막 태어난 시간과 공간 속에서 빛났다. ----ⓜ

∙나무들은 땅에 속박되지 않았다. ----ⓢ

∙사람의 생명 속에도 저러한 아름다움이 살아 있다는 것을 연꽃을 들여다보면 알게 된다. ----ⓢ

∙이것은 의심할 수 없이 자명했고, 이미 증명되어 있었다. ----ⓢ

----ⓜ(5)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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