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집』 니시 가즈토모(西一知)

‘시 작품 이전’

by 현목

시론에 대해서 알고 싶어 오규원의 『현대시작법』을 여섯 번은 읽은 것 같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엄경희의 『시』와, (이건 딱히 논리를 전개하는 시론집이라고 할 수는 없어도 시에 대해 윤곽을 알려준다는 의미에서 시론으로 포함시켜도 무리는 없는 것 같습니다) 김준오의 『시론』을 읽어 보았습니다. 인터넷 서점에서 다른 책이 있나 뒤져보다가 일본사람은 어떤 생각인가 하는 의문도 있어 니시 가즈토모의 『시론집』을 구입했습니다.


이것은 체계적으로 저술한 시론집이 아니라 「후네(舟)」라는 동인지에 작가가 몇 년 동안 실었던 글들을 모아놓은 책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제가 받은 인상은 니시는 어떤 시작법을 구체적으로 이렇게 써야한다고 말하는 것이 별로 없다는 점입니다. 그는 실제로 비유법도 잘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지향하는 시적 방향은 초현실주의를 고수한다고 했습니다. 저는 초현실주의라는 게 있다는 건 알지만 구체적인 것을 아는 바가 없어 잠시 인터넷을 검색해 보았습니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의 영향을 받아, 무의식의 세계 내지는 꿈의 세계의 표현을 지향하는 20세기의 문학·예술 사조. .. 초현실주의는 이성(理性)의 지배를 받지 않는 공상·환상의 세계를 중요시한다. .. 초현실주의는 그 때까지 빙산처럼 수중에 가리어 있었던 무의식의 영역에 눈을 돌렸다. 즉, 이성(理性)의 반대의 극점, 합리의 반대쪽의 세계이다. 초현실주의가 나타나기 이전에, 예술은 이성과 감성, 정신과 마음이 합치는 지점에 그 초점을 두었다」


사실 이러한 것이 어느 정도 실제로 시로 나타나는지 저는 잘 알지도 못하고 초현실주의 작품의 시를 읽어본 경험도 별로 없습니다.


니시는 태어나면서 일제시대 때 한국 철원에서도 살았고 귀국해서는 부모님의 이혼으로 간단치 않은 생을 맞닥뜨리면서 자연히 시를 공부했습니다. 그렇다고 그는 일본의 유수한 대학을 나온 것도 아니고 번듯한 직업을 가진 적도 없이 오로지 시를 쓰고 동인지를 만들면서 평생 시인으로 살았습니다. 그 흔하다면 흔한 시의 작품상도 받은 것 같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이분이 저의 뇌리에 남는 것은 그의 삶이 전적으로 시를 향해 살아왔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는 이 책에서 각자가 각자의 시론을 가지라고 했습니다. 저는 그런 시론 같은 것은 언감생심 생각하지도 않고 그저 일상의 소소한 느낌을 소박하게 적어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그것도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시론을 가지고 그것에 입각하여 작품을 만들어가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이론적이지 않은 니시의 언술을 통일되게 정리하는 하는 것보다는 그가 말한 것 중에 제게 어떤 흔적을 남긴 것들, 즉 몇 개의 키워드를 가지고 제 생각을 세워보려고 합니다.

첫째 니시는 이 책에서 여러번 ‘시 작품 이전’을 말하고 있습니다. 시를 읽으면 그 시에는 그 시인의 삶의 표정이 다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시라는 작품 이전에 그 시인의 삶에 대한 태도, 열정과 감성, 사고 같은 것이 전인격적으로 전하여져 온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시의 테크닉 이전에 시인으로서 인간성이 어떤 면에서는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느낌입니다.


둘째, 이것은 앞의 ‘시작품 이전’과 같은 논리 선상에 있습니다만 니시는 자신의 시를 존재의 시라고 강조합니다. 시가 단순히 희노애락의 감정을 전달하는 도구가 아니라 저 자연에 놓여 있는 나무나, 돌처럼 하나의 존재로서 생생하게 다가오는 시라야 한다고 그는 말합니다. 진정한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비유라든가 하는 표현의 기교는 별 상관이 없다고 합니다. 그는 어떤 의미에서 서정시에 그다지 방점을 두지 않습니다.


셋째, 니시는 랭보의 견자(見者)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시인은 봄으로써 다른 사람이 못 발견하는 것을 발견하고 거기서 놀라움을 찾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것은 비단 시인뿐만 아니라 모든 예술하는 사람이 공통적으로 가져야 하는 덕성이 아닌가 합니다. 사소한 사물을 보아도 그 속에서 자신의 감성을 통해서 놀라운 것을 발견하는 능력이 있어야 하고 또한 시인이라면 그런 자질을 의당 갖고 있어야 합니다.


넷째 감각과 상상력에 대해 말합니다. 우리의 오감을 통하여 들오는 감각을 충실하게 받아들여서 그것을 잘 묘사하고 인과율에 구애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작가의 상상력을 통하여 새로운 감성을 발견하여야 합니다. 이것을 잘 하고 못 하고에 따라 시인의 우열이 갈려지기도 합니다.


니시 가즈토모는 실로 자신의 삶을 시인의 관점에서 실제로 살아온 사람으로 보입니다. 그에게는 존재의 시라면 그것에 테크닉 같은 것은 별로 상관도 없습니다. 오직 그런 감각으로 세상을 감지하면서 살아라는 진정한 시인을 발견한 느낌이었습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