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살리는 글쓰기』 장석주

‘글쓰기는 몸으로 하는 창의적 노동이다’

by 현목

장석주라는 인물이 딱히 나의 머리에 남이 있는 것은 없습니다. 아마도 그의 시집을 한 권쯤 집에 사놓은 것 같은 기분은 듭니다만. 이번에 그분의 책을 읽은 이유는 제 자신이 글쓰기에 대한 책을 여러 종류 읽어본 것도 있고 이 책의 ‘나를 살리는 글쓰기’라는 제목이 주는 간절함에 이끌려 읽어본 셈입니다.


전체적으로 느낀 점은 책을 쓰는데 어떤 절박함을 별로 느끼지 못했습니다. 심하게 말하면 책을 하나 만들기 위해서 이것 저것 주워서 담은 것은 아닌가 하는 감을 받았습니다. 왜냐하면 자기 생각보다는 너무 많은 작가들의 말을 인용했습니다. 어쩌면 책의 절반 이상이 이들의 말로 채워졌을 것도 같습니다. 그런 것이 딱히 나쁜 것은 없겠지만 그래도 자신의 사색으로 이어지지 않고 잘해야 남이 말한 것을 다시 복습하고 재확인하는 작업으로 끝납니다. 솔직히 말해서 뷔페 식당에 가서 맛있는 것을 먹은 기분이라고나 할까요. 대부분의 뷔페 식당의 식사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먹을 때는 세상에 이런 맛있는 것도 있나 하고 허겁지겁 먹지만 대개는 먹고 나와서는 무얼 먹었는지 기억도 잘 안납니다. 그것보다는 반찬 가짓수는 적어도 잘 삭혀진 된장찌개가 나을 수도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지적하려는 것이 있습니다. 같은 내용을 너무 자주 반복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집안이 가난했다, 신춘문예 합격했다, 출판사 차렸다가 안성 내려갔다, 이런 말들이 몇 번인지 정확히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상당히 반복되어 나타났습니다. 좀 더 압축했으면 이 책의 페이지수가 훨씬 적어졌을 것이고 아마도 장석주 선생은 더 낫게 다른 내용으로 채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지적한 세 가지는 제게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물론 이것이 이분만의 독창적인 견해는 아닙니다. 이미 수도 없이 그런 조언을 글쓰기를 주제로 하는 책에서 보았지만 새삼스럽게 제게는 다가왔으며 다시 제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첫째, 장석주 선생은 말합니다. ‘작가가 되려면 자기를 날마다 글 쓰는 사람으로 조련해야 한다. .. 많은 이들이 머리로 쓰려다가 실패하는데, 글은 머리로 쓰는 게 아니다. 글쓰기는 몸으로 하는 창의적 노동이다.’ 글을 전문적으로 쓰는 사람들은 또 어떨지 모르지만 글쓰기를 흠모하지만 아직도 아마추어 경지를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은 글을 쓰려면 두렵고―왜냐하면 잘못 쓸까봐 그럽니다―따라서 선뜻 필이 나가지 않습니다. 그것을 장석주 선생은 머리로 생각하지 말고 무조건 책상에 앉아서 돈벌려고 노동하는 사람처럼 일을(글쓰기를) 하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종이 위에서 생각이 나서 당신을 이끌어 갈 것이라고 합니다. 정말 공감이 가면서도 실제로 그것을 실천하기가 지난합니다. 아무 생각없이 책상에 앉아 자판을 두드린다는 것이 바로 머리로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몸을 쓰는 것을 말합니다.


둘째, 첫문장의 중요성에 대해서 말했습니다. 사실 이것은 머리 속에는 그런 말의 의미를 알고 있어도 실제로 글을 쓸 때 이보다 더 신경을 쓰다 보면 여기에 관심을 기울일 여력이 없는 때가 많습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써서 자기만 보는 자기만족이 아니라 자신의 글을 보는 독자를 생각한다면 당연히 그 독자가 그 글을 읽어갈 수 있는 흥미와 신선함과 새로움을 제공해야 합니다. 저도 책을 조금 읽다 보면 ‘에이 이건 아닌데’ 하면서 딴 책으로 옮겨가는 때가 있습니다. 따라서 읽는 이의 관심을 조금이라도 사려면 처음부터 어떤 이미지 혹은 느낌이 있어야 합니다. ‘응, 이건 무슨 소리지’ ‘어라 이런 식으로 말하는 걸 보니 재미있겠는 걸’ 하는 식으로 첫문장을 신경을 써서 써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너무 어떤 함정을 만든다든지, 이미지를 추구한다든지, 무언가 추리를 할 수 있는 단서를 깐다든지 하면 그것이 오히려 작위적이 되어서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있습니다. 그보다는 자신의 무의식에 맡겨서 그저 스스로 자연스럽게 전개해 나가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닐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도 있습니다.


셋째는, 스타일에 관한 것입니다. 소위 문체는 다 다르다고 합니다. 헤밍웨이와 마크 트웨인의 말투가 다릅니다. 마찬가지로 저와 장석주 선생의 말투가 다를 겁니다. 문체라는 것이 한 개인의 체취과 같은 것이라서 그 개인이 갖는 속성이랄 수 있습니다. 물론 훈련으로 예컨대 독서나 사색, 혹은 저작을 통해서 그런 속성이 바뀔 수도 있지만 그 개인이 갖고 있는 염색체 안의 유전자에 새겨진 속성은 어쩔 수 없을 것입니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저도 제가 쓴 글을 읽기는 읽지만 이것이 과연 어떠한 스타일인지 가늠이 잘 가지 않습니다. 그런 맥락에서도 문체는 항상 제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는 문제였습니다.


아무튼 장석주 선생이라는 분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에서 또 교육적인 혜택도 크게 받지 못하면서도 자신이 홀로 자수성가하여 글로만 써서 수입을 얻어 생계를 꾸려나가고 자신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것에 대해서는 존경의 마음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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