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며 사는 삶』 나탈리 골드버그

손을 멈추지 않는 글쓰기는 야성의 마음으로 인도한다

by 현목

이 책은 미국 원본이 1990년, 즉 나탈리 골드버그가 42살 때 나왔습니다. 한국 번역판은 2010년이고 제가 처음 읽은 것은 2014년이었습니다. 이번에 다시 읽어 보니 내용은 대체로 처음 나온 책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에서 말하는 범주 안에 들어간다고 할 수 있었습니다.


복습하는 셈치고 나탈리는 글쓰기의 원칙 일곱 가지를 제시합니다.

1 손을 계속 움직여라. 2 억제하지 말라. 3 구체적으로 써라. 4 생각하지 말라. 5 마침표, 철자 문법에 얽매이지 말라. 6 가장 쓸모없는 것들에 대해서 마음껏 써라. 7 급소를 건드려라.

다시 정리하고 보니 저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뜻밖이었습니다. 사실 이제껏 ‘손을 계속 움직여라’라는 말은 멈추지 않고 씀으로써 글쓰기 기술을 늘리는 데 목적이 있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것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것보다 더 깊은 뜻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태어나서 말을 배우고 글쓰기를 익힙니다. 그런 가운데 여러 가지 규칙과 법도를 따르면서 우리의 순진한 마음은 많은 규제에 둘러싸이게 됩니다. 물론 그것이 꼭 부정적인 면만 가진 것은 아닙니다. 인간이 인간과의 관계를 이루면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런 인위적인 제도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우리의 야성의 마음은 성(城)에 갇혀 있습니다.


그 높은 벽에 둘러싸인 진정한 자신의 마음에 닿기 위한 한 방편으로 글쓰기가 있습니다. 그 글쓰기는 가만 놔두면 역시 인습적인 행태로 흘러가기 마련입니다. 이것을 극복하는 한 방법으로 이른바 ‘나탈리식 글쓰기’가 있다고 봅니다. 다시 말해 이 책의 포인트는 ‘나탈리식 글쓰기’를 통해서 자신의 야성의 마음에 와닿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그 이론적 근거는 무엇인가를 이 책을 보고 어렴풋이 알게 되었습니다. 우선 글쓰기를 절대로 멈추면 안 된다고 하는 이유를 나탈리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 마음 안에 있는 내부 검열관은 우리가 손을 계속 움직이면 못 쫓아온다고 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가 쓰고 싶은 것을 쓸 수 있게 됩니다. 나탈리는 이 원칙을 자신은 오랫동안 엄격히 지켜왔다고 말합니다.


이 말의 이론적 근거가 있습니다. 일부러 생각을 끌어내지 않아도 마음에서 생각이 생겨난다고 했습니다. ‘생각이 나는 것이 아니라 의지와 상관없이 일어난다고’고 나탈리는 말합니다. 손을 움직여 생각하지 않아도 우리의 마음의 야성의 벌판으로 내려가 닿으면 생각은 피어오른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 다음 ‘나에게는 나 만의 마음이 있다. 내가 생각을 좌우한다.’ 나는 토스토예프키나 헨리 밀러처럼 쓸 수 없습니다. 그냥 나처럼 쓸 수 있을 뿐이라고 합니다. 내가 글을 쓰든 말든 아무도 신경쓰지 않습니다. 내가 내 마음의 야성의 들판을 찾아가서 나의 본성을 찾아서 글로써 표현하면서 나갈 뿐입니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볼 것이 없습니다. 내 인생은 내가 정하고 밀고 나갑니다.


마지막으로 내 영혼의 깊은 비밀을 만나게 될 때 나는 자유함을 얻습니다. 남들은 혼자서 무언가 쓰는 나를 보고 지루하게 느낄지 몰라도 나는 자유로운 길을 가면서 비로소 자신의 삶에 대한 토대를 얻고 안정하게 됩니다. 작가라면 누구나 이러한 외로운 길을 가야 합니다. 왜냐하면 글을 쓰는 것이 작가의 존재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나탈리가 말합니다. “당신의 생각을 글로 옮기는 것이 중요할 뿐, 그 생각이 오른지, 그른지는 중요하지 않다. 당신이 누구인지 글로 말하라.” 이제사 나탈리가 그토록 선(禪)에 집착했던 이유가 조금은 마음에 와닿습니다. 그녀는 글쓰기를 통해, 선을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싶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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