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묘(素描)

by 현목




어느 날. 그것도 비 오는 날

비 소리는 글렌 굴드의 피아노 소리로

골드베르크 변주곡으로

내 머리에 물방울을 튀기며

타박타박 두드리고

하이트 맥주를 까고

말라빠진 하루를 씹으면서

세상을 항복한 놈처럼

책상에 두 발을 올려놓고

참으로 편안히

늘어져 있을 수 있는 데까지

늘어져 있었다

살바도르 달리의 ‘늘어진 시계’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