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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풀꽃 Oct 07. 2024

종(種)을 넘어선 사랑과 연대 <긴긴밤>  

독서하기 딱 좋은  사춘기 3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준 고양이>

       

학생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을 발견할 때 기쁨을 느낀다. 

이 책도 중1 독서 시간에 권할 만할지 확인하려 읽었다. 동물이 등장하고 예쁜 그림이 군데군데 있으며 책이 두껍지도 않고 어렵지도 않아 독서를 좋아하지 않는 친구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세련된 표지와 삽화 때문에(?), 그리고 작가의 이름 때문에 처음엔 외국책인 줄 알았다. 하지만 우리나라 작가가 쓴 글이라 한다. 그저 갖고만 있어도 가슴이 아련해지는 책, 읽으면 마음이 더욱 그득해지는 책이다.     


예뻐서 외국책인 줄?

이제는 세상에 하나밖에 남지 않은 흰뿔 코뿔소 노든이 주인공인 이야기이다. 가족과 행복하게 살고 있었지만 코뿔소 뿔을 노리는 밀렵군들 때문에 결국 모두를 잃게 되자 노든은 세상 모두에 화가 잔뜩 나 있다. 살아야 할 이유와 희망을 갖지 못한 노든이 한 말 중에 너무나 가슴 아픈 말이 있다. 

“죽는 것보다 무서운 것도 있어. 이제 나는 뿔이 간질간질할 때 그 기분을 나눌 코뿔소가 없어. 너는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오늘은 바다를 찾을 수 있을지, 다른 펭귄들을 만날 수 있을지 기대가 되겠지만 나는 그런 기대 없이 매일 아침 눈을 떠.”

먼 길을 함께 떠난 펭귄에게 한 말이다.   

  

타인은 내 삶의 이유

하지만 코뿔소 노든은 동행한 펭귄 친구를 통해 삶의 의미를 찾는다. 나 아닌 타인은 내가 살아갈 이유가 된다. 돌아보면 누군가를 돌보고 누군가를 위해 사는 삶에 피곤함을 느끼다가도, 나 역시 그들에 기대어 살아갈 힘을 얻었다는 것을 깨닫지 않는가. 우리는 모두 서로서로에 기대어 함께 살아간다. 이 책은 외로움을 느끼는 친구들, 힘든 일을 겪은 청소년들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생각할 거리와 감동을 안겨줄 것이다.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준 고양이

이렇게 이종 간의 우정을 아름답게 그린 이런 책, 또 있다. 루이스 세뿔베다의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준 고양이> .갈매기와 고양이라니, 거칠게 말하면 상극 아니면 피식자와 포식자의 관계 아닌가? 저자의 <연애소설 읽는 노인>을 읽은 후 그가 쓴 동화는 어떤 내용일까 궁금해 찾아들고 읽었다가 우리 학교 아이 둘을 떠올렸다. 처음에는 쌍둥이 형제가 입학했다 해서 주의 깊게 살펴보다가 너무 다른 외모를 보고 이란성 쌍생아인 줄 알았던 두 소년. 알고 보니 둘 다 입양아였기에 사실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던 형제. 그리고 아기 때부터 자신들이 입양아임을 알고 있는, 그리고 사춘기를 맞아 드디어 정체성을 혼란을 겪고 있는, 사실은 더 많은 사연이 있지만 여기에 쓸 수 없는... 그 두 아이 중 한 아이에게는 루리의 <긴긴밤>을, 또 다른 한 아이에게는 이 책을 선물했다.      


입양된 쌍둥이들에게 선물한 책

사실 이 책들을 선물한 이유는 그저 읽기 부담 없는 길이의 동화이고 의미도 있는 책들이라서였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니 두 책 모두 가족이 아닌 가족의 조합을 다루고 있지 않은가. 내가 나중에야 그걸 깨달을 것처럼 이 책을 받은 쌍둥이(?) 형제도 뒤늦게 선생님이 그래서 이 책을 주었나,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아예 그 의미를 모르고 읽는다 해도 상관없지만.   

  

주인공 고양이는 유조선 기름 유출에 희생된 엄마 갈매기가 낳은 알을 얼떨결에 떠맡는다. 유언으로 남긴 ‘아기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꼭 가르쳐달라.’는 엄마 갈매기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동네 고양이들과 ‘백과사전’을 탐독하는 모습은 손주를 떠맡아 새로운 시대의 육아법을 익히려 애쓰는 조부모 세대가 연상되기도 한다. 본능이 아닌 (모성/부성) '본성'에 충실하여 자기와 다른 종의 생명을 기르고 키우는, 양육하고 교육하는 고양이의 모습은 인간 어른 세대에게 요구되는 올바른 자세를 상기시킨다. 스스로 공부를 해서라도 어린 세대를 잘 키우려 애쓰라 한다. 고통받는 아이, 다른 종의 아이일지라도 거두라 한다.


유사가족도 가족이다

문득 궁금해진다. 입양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를 거둔 후 제대로 된 양육을 하지 못하고 아이들 마음에 상처를 입히고 있는 그 쌍둥이 부모는 책 속 고양이들의 노력과 노고 앞에서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하지 않을까. 어린 아이 하나를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 힘을 합치는 동네 고양이들과 사람처럼 입양 부모, 학교 선생들 모두 힘을 합쳐야 겨우 아이의 첫 날갯짓을 도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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