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쓰메 소세키의 책을 세 번째 읽었다. ‘도련님’을 가장 먼저 재미있게 읽었고, 얼마 전에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읽었다. 위트 넘치고 유머 가득했던 그 책들을 읽으며 이 책도 그럴 것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 책은 아주 진지했다.
책은 세 부분으로 나뉜다. 상은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 중은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하는 선생님의 유서를 그대로 실어두었다. 선생님을 처음 만나는 장면이 굉장히 독특하다. 우연히 만난 한 남성을 계속 만나고 싶어 그 시간에 그 장소를 찾아간다는 설정이 흥미롭다. 스승과 제자였던 관계가 아니라 일방적으로 그가 선생님을 쫓아다닌 결과로 만들어진 관계이다. 선생님은 처음에는 마음을 열지 않지만 계속 찾아오는 화자를 서서히 신뢰하게 된다.
책에는 죽음에 대한 내용이 여러 번 나온다. 죽음을 앞둔 아버지와 선생님의 유서에 나오는 사연, 그리고 그 시절 천황과 노군인의 죽음이 그것이다. 죽음은 생각보다 우리 가까이에 있으며 한 사람의 죽음이 남은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이 실로 큼을 알 수 있다.
밝지 않은 내용임에도 책을 놓지 못하고 내리읽은 데는 이 책만의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화자의 마음을 따라가는 동안 궁금증이 계속 생기다가 죽음을 앞둔 아버지가 점차 상황이 안 좋아지는 것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낀다. 그런가 하면 갑작스러운 선생님의 편지에 도쿄로 향하는 화자의 마음만큼이나 유서가 모든 궁금증을 풀어주기도 한다.
신문물과 전통이 맞물리며 혼란스러움이 가득했던 당시의 모습을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느껴볼 수 있다. 늦게 소설가가 되어 10년 동안 많은 작품을 쓰고 일찍 세상을 떠난 소세키의 책을 자꾸 찾아 읽게 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만의 독특한 세계와 이야기를 술술 풀어나가는 능력이 책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힘인 것 같다.
* 목소리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