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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Feb 07. 2024

<<중급 한국어>> 너무나 현실적 - 문지혁

문지혁 님의 <초급 한국어>를 읽고 그의 소설을 찾아 읽은 기억이 난다. 그보다 초창기 책들은 신선하지만 실험적인 냄새가 났다. 그에 비하면 초급 한국어는 무르익은 소설이다. 아니 소설이라기보다 에세이처럼 느껴졌다. 작가의 삶이 너무 많이 투영되어 있었다. 만약 그것이 작가의 실제 삶과 다른 것이었다면 그의 창작력은 너무나 뛰어난 것이리라. 이 책 역시 마찬가지이다. 초급 한국어 뒷이야기라고 보면 되겠다.


미국 생활 중 한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고(초급 한국어) 이 책에서는 아이를 낳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내용과 아이를 키우며 멀리 강원도까지 주 1회 출퇴근하는 대학 강사로 문학을 강의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코로나 초창기 때 썼을 이 책에는 가족의 감염 이야기가 나온다. 우리들 모두 겪었지만 지금은 먼 옛날이야기가 되어버린 코로나 시절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도 그랬지, 했다.


아이와의 짧은 대화와 대학 강의 내용 사이에 모종의 연결고리들이 숫자로 나눠지는 짤막한 이야기의 파편들을 절묘하게 하나로 묶었다. 이 책에 나오는 소설 집필은 초급 한국어임을 짐작할 수 있다. 두 번의 실패작과 대망의 역작에 대한 이야기.


이 책을 읽으면 소설을 이렇게 쓸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술술 넘어가는 이유는 하나의 이야기가 길지 않고, 지루할 만하면 바로 다른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이 아닐까? 드라마에서 장면이 전환되듯이 말이다. 이 책에는 그리 큰 사건이 나오지는 않는다. 가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소소한 일들이다. 물론 아이가 새로 태어나거나 직장에 변화가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작가로, 아버지로, 강사로 겪은 소소한 이야기들이 끈끈하게 엮여 나가며 큰 사건이 없이도 탄탄하게 진행된다.


이분의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어 도서관에서 빌려왔다. 초급 한국어를 읽고서도 그가 쓴 다른 책들을 찾아 읽었는데 얼마 안 된 기간 동안 여러 권의 책을 더 출간했다. 당분간 이분의 책을 찾아 읽는 재미를 누릴 것 같아 설렌다. 조만간 고급 한국어도 나올까? 아마도 중견 작가로 사는 두 아이의 아빠 이야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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