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문지혁 님의 책을 찾아 읽는 중이다. 어쩜 글을 이렇게 잘 쓰시는지 소설이 소설 같지 않아 읽다 보면 쏙 빠져든다. 원래는 단편소설 모음집을 즐겨 읽지 않는 편인데 이 책에 실린 8편의 단편들은 재미있게 읽었다. 좋아하는 작가가 쓴 책이라 그런지 한 문장 한 글자 허투루 읽지 않고 그 속에 담긴 뜻까지 살피게 된다. 아직 소설을 읽고 깊은 뜻을 속속들이 찾아내지 못하는 나는 그 소설에 담긴 심오한 작가의 의도를 다 알 수는 없지만 읽으며 감탄하거나 책을 놓지 못하는 것으로 나의 팬심을 드러낸다.
앞부분 세 편의 글은 통합세기라는 미래의 일을 담았다. 작가가 SF 소설을 썼다는 것은 처음 알았기 때문에 무척 신선했다. 작가의 말을 보니 그동안 ‘서재’라는 제목으로 오래전부터 여러 편의 소설을 써 왔다. 책을 태워 없애는 ‘화씨 451’을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도 있다. 이 책의 두 이야기와 따로 장편으로 완성한 ‘비블리온(서재라는 이름을 벗은 작품)’은 주인공이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언젠가 작가의 작품들로 책장 한쪽을 채우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 본다.
‘폭수’라는 작품은 그가 오래전 친척에게 들었던 이야기로부터 떠올렸다고 한다. 가족을 잃은 상실을 행동 묘사와 신비한 현상으로 잘 표현한 작품이었다. ‘아일랜드’ 역시 상실의 아픔이 있었고, 결말이 독특하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는 성수대교 붕괴 사건을 비롯한 큰 사건들과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의미의 다리까지 많은 것을 담고 있는 이야기이다. '어떤 선물'은 드라마의 한 장면을 보는 듯했다. 이 역시 멋진 결말이었다.
이 책을 읽다가 ‘어떤 선물’에 나오는 폴 오스터의 책(책에 나오는 소설은 도서관에 없어 못 빌렸다) 두 권과 약사가 읽고 있었던 에브리맨, 그리고 문지혁 작가님이 번역한 책 한 권을 빌려왔다. 읽을 책이 점점 많아지고 책장 한 줄이 다 빌린 책으로 가득하다. 언제 다 읽을까 막막하지만 왠지 이미 다 읽은 것처럼 부자가 된 느낌이 좋다. 좋은 작가와 좋은 책을 알아가는 재미는 해 본 사람만 알 수 있다.
* 목소리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