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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품새를 - 태권도 337회 차

by Kelly

목요일, 원래 성인반 수업이 없는 날인데 승단심사가 코앞이라 관장님이 나오라고 하셨다. 우리 시간보다 한 시간 이른 시간이라 일찍 준비를 하고 나섰다. 집에서 태극 4장부터 고려까지 한 번씩 쭉 훑었긴 했지만 선수반 아이들 앞에서 혹시라도 창피를 당하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했다.


안에 들어갔더니 이미 수업이 시작되어 스트레칭과 체조를 간단히 하고 기본 동작에 합류했다. 아이들이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 하는 마음은 있었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 뒤쪽 구석으로 가서 자리를 잡았다. 잠시 후에 바로 품새를 했다. 4장부터 서너 번씩 한다고 하셨다. 처음에는 구령과 함께 자세히 설명해 주셨고, 세 번은 구령 없이 했다. 아이들이 옆차기를 얼마나 높게 차는지 깜짝 놀랐다. 나는 90도인데 아이들은 190도로 차는 느낌이었다. 순서를 이제 거의 다 외운 덕분에 아이들 사이에서 크게 튀지 않게 잘 따라 할 수 있었다. 태극 6장과 7장의 앞부분 동작이 조금 헷갈리긴 했지만 아이들을 보면서 하니 수월했다.


고려까지 끝냈는데 수업 시간이 10분 정도 남았다. 관장님과 아이들은 에어매트를 꺼내 세팅을 하시더니 아이들이 앞돌기, 뒤돌기 등 익스트림 동작들을 연습했다. 신기해서 구경하고 싶긴 했지만 품새도 급해 창피함을 무릅쓰고 아이들 옆에서 태극 4장부터 또 반복 연습을 했다. 아이들이 계속 쳐다봐서 부끄러웠고, 아이들을 의식해서인지 아까보다 동작이 잘 안 되는 느낌이었다. 6장에서 순간 동작을 엉터리로 했는데 옆에서 보던 아이들이 몸으로 수정 동작을 보여주어서 웃으며 고맙다고 했다. 7장도 마찬가지였다. 막힐 때마다 아이들이 제대로 알려주어 고마웠다. 잠깐 사이에 친해진 느낌이었다.


사실 전날 무거운 화분을 옮기다 허리를 삐끗해 낮에 계속 찜질을 했지만 앞차기와 옆차기 할 때 허리가 많이 아팠다. 다쳤다고 메시지 드리고 안 갈까 하다가 그래도 기억을 위해 가는 게 좋을 것 같아 좀 무리를 했다. 집에 돌아와 파스를 붙이고 찜질 중이다. 누가 보면 선수인 줄 알겠다. 내일도 수업에 가야 하니 빨리 나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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