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다리가 올라가지도 않은 채 아픈 허리를 부여잡고 마지막 연습을 끝내고 토요일 오전에 물리치료를 받으러 갔다. 약 먹고 좀 낫긴 했지만 승단심사를 앞두고 조금이라도 나은 컨디션으로 회복하고 싶었다. 물리치료 후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앞으로 숙일 때마다 아파서 앞차기를 잘할 수 있을지 걱정되었다. 거실에서 살살 한 번씩 해 보고 많이 쉬었다.
일요일, 원래 오전이었다가 오후로 바뀌는 바람에 오전 10시 예배를 드리고 바로 체육관으로 갔다. 점심 먹을 곳이 마땅치 않을 것 같아 가는 길에 샌드위치를 사서 차에서 먹었다. 12시 반에 오라고 하셨는데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다. 옷을 갈아입고 안으로 들어갔더니 이미 도장 아이들과 관장님, 사범님이 와 계셨다. 처음 보는 아이들이 나에게 반갑게 인사를 했다. 그러더니 한 아이가 “누구 엄마예요?”하고 물었다. 쑥스러워 말을 못 하니 관장님이 성인반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몇 품 따러 왔어요?”라고 묻길래 2단이라고 했다. 천진한 아이들이 너무 귀여웠다. 다들 잘해서 원하는 품을 얻기를 응원했다.
아이들 뒤에 짐을 내려놓고 복도로 나가 혼자 연습을 했다. 전날보다는 덜하지만 그래도 아직 스텝을 뛸 때마다 허리가 아파서 겨루기를 잘할 수 있을지 걱정되었다. 조금 있으니 사범님이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 줄을 세워 품새 연습을 시키셨다. 1품과 2품 심사를 앞둔 아이들이었다. 뒤에 서서 같이 연습했다. 태극 8장과 고려만 연습하면 되어 큰 실수를 하는 이변이 없는 한 틀리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머릿속으로 계속 품새 동작을 되뇌었다.
아이들과 1층으로 내려가 입구 근처에서 계속 대기했다. 1품 심사가 끝날 때까지 무척 오래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옆에 있던 고등학생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릴 때 1품을 따고 수영과 합기도 등 한참 다른 운동을 하다가 다시 시작해 2단에 도전하는 친구였다. 심사 들어갈 때는 2단 도전하는 성인이 총 4명이었는데 그중 한 명은 학생인 듯 보였고 다른 한 분은 40대 정도로 보이는 여성 분이었다. 바로 옆 번호라 나와 겨루기를 할 것 같았다. 이분도 뒤늦게 태권도를 배우고 있다고 했다. 너무나 반가웠다.
넷이 줄을 서 품새를 시작했다. 8장 먼저, 고려를 다음에 했다. 아픈 줄도 모르고 정말 열심히 했는데 중간에 잠깐 머릿속이 하얗게 되는 느낌이어서 옆 분을 살짝 보고 무사히 표 나지 않게 잘 넘겼다. 나중에 관장님이 보내주신 영상을 보니 여전히 어설프긴 했다. 다음에는 옆으로 이동해 겨루기를 했다. 몸통 보호대와 머리 보호대를 차고 마우스피스도 끼긴 했지만 우리는 약속 겨루기를 했다. 세 번 공격, 세 번 방어였고, 실제로 차지는 않았다. 짧은 시간 동안 꽤 여러 번 공방을 벌였는데 허리가 언제 아팠는지 모르게 펄펄 날아다니며 기합소리와 함께 발차기를 했다. 끝나고 그분과 악수할 때 손을 잡고 힘차게 여러 번 흔들었다. 이제 끝났다. 속이 후련했다.
2시부터 5시까지 앙상블 연주를 앞두고 연습이 있었는데 세 시가 넘어 끝나는 바람에 많이 늦어 죄송했다. 거리가 멀어 한참만에 도착해 연습까지 잘 마치고 그중 한 분과 맛있는 저녁을 먹고 돌아왔다. 기분 때문일까? 아프던 허리도 왠지 좀 나은 것 같다. 2단 심사도 잘 통과하고, 다음 주 월요일에 있을 연주도 멋지게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