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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Mar 26. 2024

침 - 태권도 349회 차

일요일 칸타타 연습으로 예배 휴까지 남아 챔버 연습을 했었다. 계속 앉아있는 동안 한 순간도 안 빼고 허리, 엉덩이, 다리가 아파 앉은 채로 조금이라도 덜 아픈 자세를 찾아 몸을 계속 움직였다. 집에 와서는 한의원 약을 먹고 소파에 깔아 둔 온열시트에 허리와 엉덩이를 지졌더니 한결 나아진 느낌이었다. 운동하시는 블로그 이웃 자영님이 얼마 전 천장관절증후군이었고 침을 계속 맞은 개 도움이 되었다는 댓글을 주셔서 집 주변에 침 잘 놓는 한의원이 있나 찾아보았다. 바로 아파트 옆 건물에 있는 한의원의 평이 좋았다. 이렇게나 지척에 두고 생각지도 못했다니.


아침에 일어나니 거의 다 나은 것처럼 많이 좋아져서 한의원을 갈까 말까 고민하다 빨리 완쾌하고자 한의원으로 갔다. 설명을 장황하게 늘어놓으니 의사 선생님이 웃으셨다. 그렇게 잘 알면 혼자 치료하지 왜 왔냐는 듯. 진료실에서 침을 맞는 줄 알고(지난주에 간 한의원에서는 그랬다.) 증상을 계속 설명하면서 주섬주섬 외투를 벗으니 “저쪽에 가서 치료할 건데 왜 여기서 옷을 벗고 그러세요?” 하면서 크게 웃었다. 찜질하며 누워 있는데 너무 창피해 계속 웃음이 나왔다.


간호사님이 양말을 벗고 엎드리라고 했다. 올 것이 왔다는 생각에 긴장이 되었다. 조금 후 의사 선생님이 오셔서 침 잘 맞으시나요, 하고 물었다. 맞아본 적이 별로 없어서 모르겠다고 했는데 엉덩이에 침이 쑥 하고 들어가더니 다리 근육이 찌릿했다. 나도 모르게 비명이… 힘을 주지도 않은 것 같은데 계속 힘을 빼라고 하셨다. 10개도 넘는 침을 여기저기 꽂으시는 동안 나는 또 한 번 비명을 질렀다. 부황에 전기 충격까지… 그 상태로 10여 분을 기다리는 동안 너무 아파서 차라리 그냥 다리가 아픈 게 낫지 않을까 싶었다. 침을 뺄 때도 아팠다. 내려오니 왠지 조금 나은 기분이 들었다.  


좀 나았다고 의자에 한참 앉아 있었더니 저녁에 다시 아팠다. 침 때문인지 계속 앉아 있어서인지는 모르지만. 태권도에 가야 하는데 가족이 말렸다. 조금이나마 움직이는 게 나을 것 같아 도장에 갔다. 지난주에 했던 금강 회전 동작을 아이들 뒤에서 반복했다. 선수반 아이들이 다 와서 북적였다. 아이들 수업에 내가 방해가 되는 건 아닌지 걱정되기도 했다. 시범님도 오셔서 중간에 내 동직들을 봐주셨다.


수업을 마칠 즈음 아이들이 앉히고 관장님이 대회에 임하는 마음 자세를 말씀하셨다. 딱딱한 바닥에 앉으니 침 맞은 엉덩이가 너무 아파서 서 있었다. 쉬었어야 했나? 침 맞으러 당분간 매일 오리고 하셔서 걱정이다. 다리 통증보다 더 아픈 침. 나만 그런 것일까? 다들 침을 어떻게 잘들 맞으시는지 신기하다. 시원하게 발차기 좀 했으면 좋겠다. 빨리 낫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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