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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May 21. 2021

시와 자연

가재가 노래하는 곳 (델리아 오언스)

  여러 블로그에서 이 책을 소개한 걸 보았는데 그동안 읽을까 말까 하다가 재미있게 읽었다는 아들의 추천에 바로 책을 샀다. 책이 오고 곧 읽기 시작했는데 뒤가 궁금해 책을 놓을 수 없을 정도로 흥미진진한 이야기여서 며칠 사이에 다 읽었다.


  이야기는 두 가지 시간적 배경으로 진행된다. 현재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 69년부터 70년에 걸친 내용과 카야(캐서린 클라크)가 어린 시절이었던 52년부터 그녀의 성장 과정이 함께 번갈아 가며 나온다. 사람이 많이 살지 않는 습지에서 외롭게 살아가는 소녀 카야는 원래 가족과 함께 살고 있었지만 술을 마시면 손찌검을 하는 아버지를 피해 엄마부터 시작해 형제들이 하나씩 떠나고 가장 의지했던 오빠 조디도 집을 나갑니다. 유일하게 작별인사를 남긴 조디마저 떠나자 어린 카야는 술 취한 아버지를 피하는 방법부터 배우게 된다. 하지만 술을 먹지 않았을 때는 함께 배도 타고 외식도 하는 평범한 일상을 보내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떠났던 엄마에게서 반가운 편지가 온다. 글자를 읽지 못하는 카야는 아버지가 볼 수 있게 편지를 놓아두지만 편지를 읽고 불같이 화가 난 아버지는 어머니의 자취가 묻은 편지를 태워버린다. 어느 날 아버지마저 떠나고 홀로 남은 어린 카야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


  책을 읽으며 남겨진 소녀가 얼마나 가여운지 마음이 너무 아팠다. 하지만 아이는 좌절하지만은 않는다. 최선을 다해 살아갈 방도를 찾는다. 홍합을 캐서 먹기도 하고, 그녀에게 다정한 점핑 아저씨 가게에 가서 팔아 배의 기름을 보충하기도 한다. 물고기를 잡아 훈제한 것을 갖다 드리기도 하며 점핑의 아내 메이블 아주머니의 지원으로 하루하루 살아갈 힘을 얻는다. 우연히 만난 조디 오빠의 친구 테이트는 남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카야에게 글을 가르쳐준다. 원래 카야도 학교에 갈 기회가 있었으나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자신을 괴롭히는 친구들만 있는 그곳에 오직 하루만 다녀온 후 피한다. 글자는 모르지만 새의 깃털을 비롯한 습지의 생물들에 대해서는 점점 박사가 되어 가는 카야와 그녀를 돕는 테이트는 서로 생각하는 것이 비슷하여 의지하게 된다.


  이렇게 아름답기만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현재 건장한 남자 체이스의 의문의 죽음 이후 카야는 점점 의심을 받게 된다. 사람들을 피해 살아가던 그녀는 일생일대의 위기를 맞는다.


  아무리 외롭다 외롭다 하지만 사람 없는 습지에서 어린 나이에서부터 성인이 되기까지 혼자 살아가는 사람을 따를 자가 있을까? 월든 호수를 찾은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는 스스로 고립된 삶을 살았지만 카야는 어쩔 수 없이 그곳에서 살게 된 경우다. 하지만 그녀는 맨발로 동물들과 함께 살아가는 삶을 결코 비관하지 않는다.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만 없다면 말이다. 주정뱅이 아버지로부터 나쁜 영향을 받기도 했겠지만 늘 자연과 함께 하는 그녀는 선량한 성품을 지니고 살아간다. 깃털 교환을 계기로 친해진 테이트와의 관계도 아름답다. 그마저 떠난 후 카야는 더 큰 외로움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승화시켜 그녀는 작가가 된다.


  동물학을 전공하고 동물 행동학 박사학위를 받은 작가 델리아 오언스는 아프리카에서 야생동물을 연구하여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여러 상을 받기도 하고, 학술 잡지에 글을 싣기도 한 그녀의 첫 소설이 바로 이 책이다. 자신의 경험과 그간의 연구가 녹아 있는 이 책에는 시가 있고, 자연이 숨 쉰다. 사랑과 외로움, 그리고 삶에 대한 깊은 탐구를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소설이어서 많은 이들에게 찬사를 받나 보다.



* 목소리 리뷰


https://youtube.com/watch?v=cgYtq0Kgqkk&feature=share


https://www.podty.me/episode/15813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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