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아이들 수업 시작 시간에 도착했다. 체조와 스트레칭을 한 후 삑 소리에 맞춰 옆차기와 거듭 차기 후 버티는 것을 했다. 아이들은 품새를 시작했고(토요일 오전에 대회에 출전한다고 한다), 나는 발목 부상으로 대회에 나가지 않는 아이가 스포츠지도사 자격 실기시험 안내를 하는 대로 실기 준비를 했다. 아이에게 미안해서 혼자 할 수 있다고 했는데 사범님이 한 번만 해보라고 하셔서 미안하지만 부탁했다.
혼자 할 때는 몰랐는데 아이가 불러주는 대로(실기 순서를 인쇄한 종이를 보고) 하다 보니 생각보다 잘 안 되고, 순서도 잊어서 위기감을 느꼈다. 더 완벽히 외워야겠다. 4장부터 태백까지 품새를 할 때 두세 번 정도 순서를 잊거나 엉터리로 해서 창피했다. 아이가 틀릴 때마다 알려주어 고마웠다. 한번 끝까지 한 후에는 내가 혼자 해 보겠다고 했고, 아이는 아프지 않은 발로 지탱하며 발차기를 했다. 다리가 아픈데도 도장에 나오는 아이들(다친 아이가 한 명 더 있다)이 정말 대단해 보였다.
대회를 앞둔 아이들이 실제처럼 둘씩 짝을 지어 품새를 하는 연습을 했다. 입퇴장과 인사 연습이다. 대회도 아닌데 아이들은 조금 긴장하는 얼굴이었다. 뒤에서 혼자 연습하다가 아이들이 품새 할 때는 조용히 지켜보았다. 마지막 남자아이들 두 명이 남았을 때 갑자기 사범님이 앞으로 오라고 하셨다. 누가 이길 것 같은지 남은 아이들을 두 아이 중 한 명 뒤에 가서 서라고 하시더니 나에게 더 잘 한 아이를 뽑으라는 어려운 과제를 주셨다. 요즘 구술시험 준비하며 외우는 감점 사유들을 생각하며 유심히 보았다. 둘 다 비슷하게 잘했는데 고려 옆차기 부분에서 한 명은 한 번, 다른 한 명은 두 번 심하게 흔들려서 한 번 흔들린 아이의 손을 들어주었다. 진 아이 뒤에 있던 아이들은 버피를 했다. 너무 미안했다.
수업을 마친 후에 아이들을 데리고 아래층에 있는 아이스크림 가게에 가 하나씩 집으라고 하고 계산했다. 대회에서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예의 바른 아이들이 고맙다며 기뻐했다. 흐뭇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