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 반 - 3월 2일 수요일

by Kelly

잠깐 날이 풀렸나 싶더니 출근길, 다시 겨울을 느낀다. 아이들의 마음도 지금 얼어 있겠지. 어떤 얼굴들을 만나게 될까? 설렘 반, 걱정 반을 안고 교실에 들어간다. 아이들이 들어오기 전 미리 준비해 둔 자료들을 확인한다. 아이들의 자기소개 학습지, 교사와 학급 소개 프레젠테이션 자료, 아이들 책상 위 미리 이름을 써서 올려둔 교과서, 칠판에 붙인 자리표… 화이트보드에 적은 ‘만나서 반가워요!’ 아래에 자리표를 붙이고 할 일 순서를 적어두었다.

1. 자기 자리 찾아 자리 정리하고 앉기

2. 교과서 확인하고 사물함에 넣기

3. 학급문고에서 책 가져와 읽기

딸기 방울로 머리를 야무지게 묶은 여자아이가 엷은 미소와 함께 문을 열고 들어온다. “안녕하세요.” 내가 인사한다. 수줍은 얼굴로 아이도 답한다.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칠판에 붙어 있는 표를 보고 자리에 앉으세요.” 6학년 담임을 계속 맡아서일까? 3학년 아이를 보니 너무 작고 귀엽다. 꼬물꼬물 하는 손을 보니 아이들 손을 ‘고사리손’이라고 하는지 알겠다.

한둘씩 계속 들어온다. 내가 칠판을 손으로 가리키자 아이들은 칠판을 확인하고 자리에 앉아 조용히 자기 할 일을 한다. 반쯤 차니 아이들끼리 서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다. 작년 같은 반이었던 아이들과 학원에서 본 아이들은 같은 반이 되었다며 좋아했다.

9시가 되어 출석을 부르고, 교과서를 확인해 사물함에 넣게 한다. “선생님 이름은 오소리 아니고, 고소라 아니고, 오소라예요.” 아이들이 아기 옥수수 같은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심혈을 기울여 만든 프레젠테이션 파일을 열어 교사 소개와 간단한 학급 안내를 마치고, 학생 소개 시간이 되었다. 학습지에 얼굴을 그리고 자신이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을 적는다. 쉬는 시간 후에 발표하기로 한다. 첫날이라 그런지 아이들이 조용하다. 이틀 정도는 이 상태가 지속되겠지. 장난꾸러기 본색을 드러내기까지는 이삼 일이 걸리니까.

아이들이 자기소개 학습지를 적을 동안 나에겐 할 일이 있다. 아이들의 개인 사진을 찍어 두는 것이다. 화이트보드를 치우니 전날 그려 둔 날개가 나온다. 학습지를 채우던 아이들이 나를 보고 탄성을 지른다. “와! 선생님이 그린 거예요?” 몇 년 전 유튜브 한 영상에서 어떤 선생님이 그렸던 날개 그림을 따라 그려보았다. 매년 첫 시간 아이들의 사진을 찍는다. 이름을 빨리 외울 수도 있어 편리하다. 전담 선생님들께 그런 용도로 사용하시라고 보내드리기도 한다. 또 하나의 쓰임이 있다. 아이들의 사진을 인쇄해 코팅한 후 뒤에 자석을 붙인 다음 칠판의 한쪽에 붙여 두면 우유 먹은 아이들을 표시할 때도, 과제 한 아이들 표시할 때도, 모둠을 나눌 때나 의견을 표시할 때도 아주 유용하다. 아이들은 친구들의 얼굴 사진으로 하트 모양, 별모양을 만들며 놀기도 한다.

아이들 키에 맞춰 그린 하얀 날개. 아이들이 번호대로 나와 날개 가운데에 선다. 아이들이 모두 천사가 된다. 한 해 동안 천사처럼 지내렴. 쉬는 시간에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나오더니 날개를 자세히 본다.

“진짜 잘 그렸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감탄. 선생님도 소싯적에 미술학원 다녔단다. 아이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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