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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Aug 12. 2024

<<제인 에어>> 놀라운 소설 - 샬럿 브론테

이렇게나 재미있는 소설을 이제야 읽었다. 오래전 영화로 만난 적 있는 제인 에어. 얼마 전 폭풍의 언덕을 읽고 브론테 자매에 대해 큰 관심이 생겨 미리 사 두었던 이 책을 펼쳤다. 독서 모임 선생님 중 한 분은 어렸을 때 이 책을 여러 번 읽었다고 하셨는데 그 말도 큰 자극이 되었다. 


850쪽이 넘는 이 책은 놓기가 아쉬울 정도로 흥미진진했다. 제인이 고난을 겪었던 어린 시절과 학창 시절뿐 아니라 가정교사로 갔던 손필드 저택에서 만난 유쾌하지만 거리감 느껴지는 사람들도, 무어 하우스까지 가게 된 과정도, 그곳에서 만난 다정하거나 열정적인 사람들도 모두 살아있는 사람이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실감 나게 묘사가 되어 있다. 샬롯 브론테의 탁월한 문장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오래전에 영화를 본 덕에 내용이 잘 생각나지 않아 다행이었다. 한 장면 한 장면이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생각해 내었는지. 나오는 인물들의 이름만 적었는데도 한 페이지 가득이다. 그녀가 이 작품을 구상한 과정이 궁금했던 차에 검색하다 그녀가 쓴 비밀일기가 출간되어 있음을 알고 바로 구입했다. 제인 에어를 원서로도 읽어보고 싶어(언제 읽을지 진짜 읽을지는 모르지만) 헌책으로 구입했다. 세 자매 중 막내인 앤의 글쓰기 실력이 셋 중에서는 좀 덜하다는 누군가의 이야기가 생각나긴 하지만 앤의 작품 <아그네스 그레이>도 조만간 빌려와 읽어볼 예정이다. 이번 여름은 브론테 자매들에게 마음을 제대로 빼앗겼다. 


제인은 꽤 입체적인 인물이다. 어렸을 적 같이 자란 존에게 괴롭힘 당하면서도 당차게 같이 싸우고 외숙모인 리드 부인에게 반항하던 작은 체구의 제인은 로우드 학교에 가서 교장인 템플 선생님을 비롯한 이들에게 교육을 받고 교양을 갖춘다. 배고픔과 전염병으로 어려움도 겪지만 잘 이겨내고 그곳에서 교사로 생활하기도 한다. 새롭게 가정교사로 가 만난 프랑스 소녀 아델에게 마음을 준 제인은 나이는 많지만 쾌활한 주인 에드워드 로체스터를 사랑하게 된다. 그녀를 사로잡기 위해 애를 쓰는 로체스터도 참 귀엽다. 하지만 그에게 드리워져 있던 어둠이 밝혀지는 순간 내가 다 혼란스러웠고 그가 원망스러웠다. 손필드를 나와 죽음의 공포가 느껴지기까지 헤매던 그녀에게 나타난 구원의 손길이 그녀와 아주 관계 깊은 인연일 줄이야. 


책에는 그녀에게 무한한 친절을 베푼 사람도, 관심 없는 사람도 많이 등장한다. 제인은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빈털터리가 되어 구걸을 하면서도, 자존감을 잃지 않으려고 한다. 남을 위해 무한히 베풀면서도 자신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면도 있다. 오래전 이런 책을 썼다는 것이 정말 대단하다. 그것도 세 자매가 모두 걸작을 남겼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책에는 학문과 철학과 신학적인 부분까지 잔뜩 담겨있다. 이 책에 제인이 그림을 그리는 장면이 여러 번 나온다. 실제로도 그림을 그렸던 남자 형제도 있었다고 한다. 덕분에 자매의 초상화가 남아있다.  


샬롯 자매에 대해 찾아보다가 영국에 브론테 박물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직 영국은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다. 영국에 가게 된다면 그 박물관에 들러보고 싶다. 앞으로 한동안 샬롯 자매에 폭 빠져 지낼 것 같은 예감이다. 


* 목소리 리뷰

https://youtu.be/qW-QJM-Gxj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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