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미니멀 라이프와 인테리어에 관심이 생기면서 히조 님의 유튜브를 보고 있다. 당시에만 해도 프리랜서로 지낼 때라 느지막이 일어나 자신만의 루틴을 실천하며 사는 모습이 예뻐 보였다. 무엇보다 책을 즐겨 읽고 글을 쓰며, 친환경적인 삶을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좋아 보였던 것 같다. 그녀의 영상들은 복잡하고 자극적인 세상에서 그녀가 추구하는 심플하고 자극적이지 않은 인테리어와 요리, 읽고 쓰고 비우는 삶이 나에게 오히려 신선한 자극을 주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점점 닮아가고 있음을 발견한다. 혼자만을 위한 요리를 보며 따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러던 그녀가 얼마 전 창업을 했다. 멀지 않은 김포에서 책방을 연 것이다. 몇 주 전 시간을 내어 책방에 다녀왔다. 네이버에서 이용권을 구매한 후 두 시간 동안 준비해 주시는 차를 마시며 책을 읽는 식이었다. 책방은 그녀의 방을 옮겨놓은 듯 정갈하고 향긋했다. 아이스 쑥차의 맛도 좋았다. 히조 님이 읽었던 책들과 추천하는 책들을 마음껏 읽을 수 있으나 두 시간은 그리 긴 시간이 아니어서 슛뚜님의 여행 책 한 권을 읽고 돌아오면서 사고 싶은 책들을 이 책과 함께 구입했다. 책을 내신 줄은 알았지만 아직 사지 않길 잘했다. 구입과 동시에 작가님의 사인을 받을 수 있었다. (그녀에 대한 내용이 한줄 등장하는 내 책도 한 권 사인해서 드렸다.)
집에 돌아와 다른 책들을 읽느라 이제야 이 책을 펼쳤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카페에 들고 가 두 시간여 만에 다 읽었다. 덕분에 글 쓰러 가서 책만 읽었다. 어려운 책이 아니고 나와 관심사 비슷해 순식간에 책장을 덮을 수 있었다. 맨 앞 아이슬란드 여행 이야기가 얼마 전 책잎에서 읽은 슛뚜 님 책 내용과 겹쳐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슛뚜 님과 오랜 친구였다. 사이좋게 유튜브를 하는 이들의 우정이 오래오래 계속되길. 슛뚜 님과의 우정은 뒤에 S라는 이름으로 종종 등장한다.
좁은 집에서 식구들과 부대끼며 혼자만의 공간을 꿈꾸었던 그녀는 생애 처음 독립을 하지만 얼마 안 가 벌레와 곰팡이, 그리고 쿵쿵대는 이웃으로 인해 그 집은 지옥으로 변했다. 모든 경험은 쌓여 공부가 된다. 그리고 그 경험은 이 책의 한 에피소드가 되기도 했다. 갑자기 간 여행에서 송도에 매력을 느끼고 이사한다. 유튜브에 등장하던 널찍한 풍경들은 그곳에서 찍은 것이다.
프리랜서였던 그녀는 이제 자영업자가 되었다. 책의 내용은 이전의 이야기라 지금은 또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도시락 싸고 출근하는 일상을 사는 지금도 여전히 자기만의 루틴을 만들고 실천하고 있을 것이다. 자신만을 위한 밥을 정성스럽게 준비하는 것이야말로 자신의 삶을 대하는 자세라는 그녀의 철학이 마음에 든다. 때우는 식사가 아닌 나를 사랑하는 식사를 하며 자신을 존중하며 쌓은 행복으로 많은 이에게 앞으로도 좋은 영향을 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