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프 슈테르처
이번 달 인문학 모임 도서인 이 책이 내겐 너무 어려웠다. 제목만 보면 가볍고 재미있을 것 같은데 내용은 거의 논문에 가까운 전문적 지식이 담겨 있다. 번역이 문어체적이어서 더 딱딱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워낙 전문 용어가 많이 나오기도 한다. 신경과학자이자 정신의학자인 저자가 정신분열증과 망상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던 것을 알 수 있었다.
처음에 도서관에서 빌려 읽다가 오래 거릴 것 같기도 하고 밑줄도 긋고 싶어 새 책으로 구입했다. 맨 앞부분은 흥미롭다. 주변에서 이상한 말을 하는 사람들, 우리가 보기에는 망상인데 본인은 실제라고 믿는 이들이 가끔이 있다. 하지만 망상이라는 우리의 판단이 사실은 틀렸을 수도 있다는 것을 가정해야 한다. 요즘 어느 사회에서나 문제가 되고 있는 음모론과 망상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는데 망상은 혼자만의 것이고 음모론은 다른 이와 공유한다는 것이 다른 점이다. 망상적 사고 경향이 있는 사람들이 조현병을 앓을 위험성이 높고 음모론을 믿는 사람들은 편집증적 특성이 관찰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287쪽)
이런 정상적이지 않은 상황은 확증편향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확증편향이란 기존 확신을 확인해 주는 정보를 주로 찾거나, 확신에 부합하는 정보를 지각하거나 그런 쪽으로 해석하는 경향을 말한다고 하였다. (93쪽) 어떤 것을 믿으면 그 정보에 귀가 솔깃하고, 그런 정보들을 찾게 되고, 어떤 일이든 그런 쪽으로 해석하게 되기 때문이다.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다거나 외계인의 존재에 대해 믿는 사람들, 넓게는 종교적인 믿음에 대해서도 저자는 그런 쪽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믿음이 모두 어리석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주관적으로 건강하다고 느끼고 믿는 것이 장수를 촉진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155쪽) 건강 여부에 대한 여러 변수들과 상관없이 주관적으로 지각하는 건강 상태가 실제 건강에 강렬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자시니 건가에 대해 긍정적 환상을 가지고 있으면 실제로도 건강하게 살 확률이 높다고 한다. 이는 건강에 대해서뿐 아닐 것이다. 자신의 지능, 능력, 믿음 모두에 적용되지 않을까?
사람들은 자신이 평균적으로 높은 정도의 지능과 도덕성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자신의 자녀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내가 맡았던 학급도 그렇다고 믿고 있었다. 어쩌면 착각일지도 모르는 이런 신념이 오히려 우리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지는 않았을까? 정상이라 믿고 있는 우리 모두는 어느 한 면에서는 비정상적인 믿음이나 인식 체계를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항상 그런 생각을 가지고 다른 사람의 관점이나 의견이 맞을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