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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어린 삶의 무게 - 오정희

by Kelly

요즘 들어 학교 아이들의 안타까운 사연들을 접하는 일이 많아졌다. 학급이나 학년 아이들만 대할 때와 다르게 이런저런 사연들을 직접 접하면서 부모님의 안타까운 상황과 아이들이 감내해야 할 일들에 마음 아파한 적이 많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일이 정말 있을까 싶을 정도의 처참함에 몸서리쳤다.


우주에서 가장 예쁘고 멋진 우미와 우일이를 낳았던 부모님은 불화로 헤어지게 된다. 엄마를 때리고 자신들을 버린 것을 기억하는 아이들이 온전히 자랄 수 있을까? 맡겨지는 곳마다 천덕꾸러기가 되고, 아버지의 방문은 뜸하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 날 새로운 삶을 살아보겠다고 자신들을 데리러 온 아버지와 함께 간 새 집에서 새엄마를 만난다. 건축을 위해 떠난 아빠를 기다리는 새엄마와 두 아이의 일상은 힘들기만 하다. 그래도 아빠노릇 제대로 하며 한번 잘 살아보려 했던 것이었을 텐데.


가정폭력은 아이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다. 아이다움을 마음껏 누려보지 못한 채 겉늙어버린 열두 살의 우미는 돌봐야 하는 동생을 때로는 엄하게 대한다. 누나일 뿐 아니라 엄마이고 선생님이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어린 시절 사고로 인해 자라지 않는 동생을 걱정하면서도 어느새 아버지를 닮아버린 폭력은 우일이를 점점 나쁜 길로 내몬다.


책 속에 등장하는 상담어머니가 작가의 모습이다. 실제로 그녀는 그런 역할을 했었다. 당시에 만났던 아이들을 생각하며 빚진 마음으로 썼을 이 소설의 문장들이 시리도록 아름답다. 몇 년 전 읽고 다시 읽으며 어렴풋한 기억 속에서 문장들이 다시 새록새록 가슴에 와서 박혔다. 책을 구입하고 말리라.


이토록 방치되는 아이들이 요즘에도 있을까? 요즘은 아이가 가정에서 폭행을 당하면 시에서 아이를 데리고 가서 부모가 알 수 없는 곳에서 학교에 보낸다. 가정폭력을 신고하면 경찰이 출동하는 세상이다. 그럼에도 아무도 모르는 가족만의 비밀이 아직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계절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주눅 들어 있거나 과도하게 애정을 갈구하는 아이들을 교사는 예의 주시한다. 교육자인 나에게 큰 무게감으로 다가온 책이다.


* 목소리 리뷰

https://www.youtube.com/watch?v=p0jRd5TDa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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