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봄에 시작된 스포츠지도사 대장정이 오늘로 끝이 났다. 작년에 필기시험 합격 후 한번 떨어지고 올해 합격의 기쁨도 잠시, 긴 여름 주말을 연수와 실습으로 채우느라 비지땀을 흘렸다. 그래도 연수보다는 세 번에 걸친 실습이 훨씬 재미있었다. 검도, 합기도, 주짓수, 우슈, 태권도 종목의 연수생 16명은 흑석동의 한 태권도 도장에서 처음 만났다. 어느 곳은 대충 하고 빨리 끝냈다고 하던데 여기 관장님은 어떻게든 알찬 시간을 보내게 하려고 노력하시는 게 느껴졌다.
첫날은 각자 자신의 종목으로 수업을 했다. 10~15분 정도 연수생을 수련생이라 생각하고 진행했다. 앞쪽에는 좀 쉬운 내용으로 했고, 갈수록 고난도의 기술도 배웠다. 주짓수나 검도를 배우다니 좋은 기회였다. 나는 점심을 먹은 후여서 뭘 해야 할까 무척 걱정했다가 손기술을 버벅대며 했었다. 태권도의 정신을 먼저 하려고 했는데 마치고 보니 그걸 빼먹었었다.
두 번째 시간인 토요일에는 레크리에이션을 했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아이들과 수업 중 할 수 있는 놀이활동 아이디어를 나누었다. 우리는 아이들이 된 것처럼 정말 열심히 임했다. 승부욕이 넘치면서도 웃기기도 해서 얼마나 많이 웃었는지 모른다. 다 큰 어른들이 동심으로 돌아가 여러 가지 놀이를 하며 하루를 보내고 나니 부쩍 친해진 느낌이었다. 내가 이렇게 승부욕이 넘치는 사람이었는지 놀랐다. 놀이마다 수첩에 메모했고, 집에 돌아와 워드로 정리해서 오늘 연수생들에게 나눠드리며 뿌듯한 마음을 가졌다.
태권도 다섯 명이 첫날 우연히 밥을 먹으면서 3일 내내 같이 점심을 먹었다. 토요일에는 강남에서 수학학원을 하시는 분이 맛난 소고기를 사 주셔서 황송했다. (너무 감사해서 오늘 내 책 한 권을 선물했다.) 오늘 아침에는 한 시간 일찍 도착해 근처 무인카페에서 준비하고 있는 다음 책 수정 작업을 하고 도장으로 갔다. 일주일 수업안을 유치원, 초등, 성인 대상으로 짠 후 모둠으로 서로의 아이디어를 나눴다. 다른 종목 분들과 이야기하던 중에 공통적인 고민거리들이 나왔다. 아이들과의 각종 돌발상황에 대한 대처법에 대한 것이었다. 다시 모여 역할극을 시작했다. 아이들이 싸웠을 때, 너무 조용한 아이, 두려움 많은 아이, 말썽 피우는 아이를 지도법이었다. 중요한 건 아이들을 존중하는 마음인 것 같다.
오후에는 함께 '무도 실무관'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전에 본 것이지만 같이 보니 더 재미있었다. 실제 있었던 일을 각색한 것이라는 생각에 안타까움이 일었다. 영화를 보는 동안 우리는 한 명씩 관장님과 면담을 했다. 우리가 쓴 보고서를 찬찬히 읽고 사인을 해 주셨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헤어져 바로 숭실대에 실습 보고서를 내러 갔다. 그것까지 제출하고 나니 이제 훨훨 날아갈 것 같다. 12월쯤 자격증이 나온다고 한다. 힘든 시간이었지만 돌아보면 추억도 많다. 새로이 알게 된 좋은 인연들에 감사해야겠다. 마지막에 남은 분들과 단체 대화방을 열었다. 앞으로 좋은 세미나 있으면 같이 듣기로 했다. 여름날의 배움이 앞으로의 체육 수업에 밑거름이 될 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