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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태권도 수업

by Kelly

책을 못 읽고 있다. 전자책의 부작용이 책을 끝까지 읽지 않고 다른 책을 다시 다운로드하는다는 것이다. 주말 동안 일정이 여러 개가 있고 사이사이 글을 좀 써 보느라 책을 통 못 읽었다. 쓰느라 못 읽은 건 오히려 괜찮은 일인 것 같다.


요즘 학교에서 태권도 수업 중이다. 중간에 목소리가 안 나와 배구 수업을 두 번 한 것 외에는 계속 태권도를 하고 있다. 어떤 반은 아이들이 너무 좋아해서 도복에 띠까지 매고 와서 맨발로 수업에 임하기도 하고, 어떤 반은 조금 시큰둥하긴 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는 반응이 나쁘지 않다. 마지막 날 설문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


태권도 수업을 하면서 한 달 여의 짧은 시간에 주 2회 수업으로 아이들의 기량이 좋아지는 걸 보는 게 가장 보람 있게 느껴진다. 도장에 한 번도 안 다녔다는 아이가 미트 돌려차기를 제대로 하는 모습은 감동이다. 끝점까지 살리지는 못하더라도 태극 1장을 거의 외운 아이들을 보면서 태권도 수업을 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태권도 수업에 중요한 양념이 필요하다. 바로 놀이다. 수업 시작할 때 몸풀기 운동과 순발력이나 근력, 민첩성 등을 기르기 위한 마지막 놀이를 신중을 기해 골랐다. 마지막 놀이에는 겨루기도 포함된다. 스텝 뛰다 판 치거나 뺏기, 피자 배달(판미트를 한 손에 들고 친구 걸 떨어뜨리는 것), 풍선 발차기 등이다. 원래 약속 겨루기를 수행평가 전 마지막 수업 때 하려고 했는데 학교에 보호장구가 없어 펀스틱을 발차기 대신하여하기로 했다. 3학년 세 반을 하는 동안에는 차렷, 인사 후 바로 겨루기를 했는데 생각해 보니 세 번 공격, 세 번 방어의 형식을 띠는 게 좋겠다. 수행평가 후 남은 시간은 피구를 하기로 했는데 이번에는 '왕을 지켜라' 피구를 해볼까 한다. 왕을 정해 보호하고 왕이 죽으면 지는 것이다. 시간 안에 왕이 안 죽으면 남은 인원과 상관없이 무승부다. 누군가를 보호하거나 보호받고, 이기고 지는 게 아니라는 게 좋은 것 같다. 마음처럼 안될 수도 있지만 왠지 재미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된다.


요즘은 자려고 누워 있거나 아침에 눈을 떠서(심지어 자다가 깼을 때도) 갑자기 수업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핸드폰 메모 앱을 열고 기록한다. 2학기 들어 아이들 자리를 다시 정하고 바닥에 점 표시해 둔 게 좋았던 것 같다. 활동 후 바로 자기 자리를 잘 찾는다. 사범과 모둠 친구들을 기록해 두었던 것도 큰 도움이 되었다. 앞으로 팀별 경기를 위해 팀을 나누는 것도 매 시간마다 다시 하지 않고 적어 두었다가 한동안 같은 팀을 유지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팀워크도 생기고, 팀 짜느라 버려지는 시간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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