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42회 차
금요일. 교장선생님의 퇴임식이 있었다. 지금까지 만난 교장선생님들 중 내가 가장 존경하는 분이다. 최고의 인품과 덕성을 갖추시고 아이들과 선생님을 아껴주셨다. 예전 같았으면 체육관에 모여 성대한 식을 하고, 전 직원이 저녁 식사 자리를 가졌을 텐데 코로나 상황이라 줌으로 식을 할 수밖에 없었다. 방학 전에 학년별로 제작한 동영상을 하나로 만들어 틀어 주셨는데 학년별로 정말 특색 있게 만드셔서 재미있게 보았다. 우리 학년은 강철부대를 패러디해 군복을 입고 줄을 서서 들어와 한 마디씩 앞으로 나와서 한 다음 경례로 마무리했는데 반응이 정말 좋았다. 영상이 살짝 비뚤게 나와 더 웃겼던 것 같다. 노래 부르신 영상부터 반 아이들 손편지를 보면서부터 눈물이 나기 시작해 교장선생님 말씀에서도 계속 눈물이 나 비디오를 잠시 끄고 눈물을 닦았다. 나에게도 곧 다가올 일이어서인지 더 감정이입이 된 것 같다.
어쨌든 저녁 식사가 없었던 덕분에 나는 평소와 같이 태권도에 갔다. 예전에는 노란 띠를 손에 들고 가 차에서 매었는데 지금은 가기 한 시간 전부터 옷을 입고 파란 띠를 매고 집에 올 때까지 그대로 다닌다. 줄넘기를 했다. 명인은 도구 핑계를 대지 않지만 어설픈 파란 띠는 줄넘기 줄이 불량인 것을 탓한다. 줄이 돌리는 대로 잘 안 돌아가고 늦어 계속 걸렸다. 쌩쌩이는 처음에 딱 한 번 7번을 넘고는 뒤에는 계속 세 번 다섯 번이었다. 매번 신기록을 세울 수는 없는 일이니.
너무 창피한 일이 있었다. 다리 찢기가 잘 된다 싶다가 다시 후퇴 중이었는데 오늘 둘씩 짝을 지은 다음 벽에 붙어 서서 앞으로, 옆으로, 그리고 골반 돌리기까지 했다. 나는 흰 띠 선생님과 짝이어서 우리끼리 하고 있는데 갑자기 관장님이 오셔서 더 찢어야 한다고 다리를 들어 올리셨다. 젊은 흰띠 선생님은 유연하게 올리는 대로 올라갔고, 표정은 일그러졌지만 소리 내지 않으셨다. 그런데 내가 할 때는 너무 아파서 비명 소리가 저절로 났다. 너무 창피하지만 그러지 않으면 근육이 찢어질 것 같아 나도 모르게 소리를 낸 것이다. 나중에는 관장님이 나 있는 쪽으로 오실까 걱정될 정도였다. 지금 생각해도 얼굴이 화끈거린다.
얼얼한 다리로 우리는 계속 발차기 연습을 했다. 미트를 사이에 두고 연속으로 다리를 안에서 밖으로, 밖에서 안으로 스무 번을 하고, 미트 내려 차기를 계속했다. 나중에는 발을 대지 않고 10번 내려 차기를 했다. 이상하게 또 이런 건 내가 잘한다. 단지 유연성이 없는 것이면 다리가 안 올라가야 하는데 다리는 또 잘 올라간다. 순발력은 조금 있는 것일까? 내가 나를 잘 모른다.
마지막으로 플랭크를 했다. 나는 1분 후에 조금 더 했다. 30초까지가 힘들고 이상하게 뒤에는 오히려 괜찮다. 끝난 후 2학기에는 아이들과 태권도 수업을 하고 싶다며 수업 아이디어를 여쭸다. 미트도 별다른 도구도 없고 태권도를 싫어하는 아이들이 있을까 걱정된다고 했더니 처음에는 풍선이나 소프트 막대 같은 것 차면 좋다고 말씀해 주셨다. 아직 잘 하진 못하지만 사범 아이들을 뽑아 도움받아 가며 함께 재미있게 해 보아야겠다.
아침에 일어나 스트레칭과 발차기를 누워서 연습했다. 다리 찢기는 계속 상승곡선이 아니라 꾸준히 하지 않으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간다는 걸 알게 되어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다음번 짝 지어 벽에 서서 찢기 할 때는 소리 지르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