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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Sep 26. 2021

박물관 연주와 저녁 식사

  예아리 박물관에서 올해 마지막 연주회가 있었다. 사실 다음 달에도 연주가 있긴 한데 그건 동아리 발표회라 대외적으로 연주하는 건 마지막이다. 올해 박물관 연주 중 처음 한 번을 제외하곤 계속 참여했나 보다. 거리가 좀 있어서 처음에는 망설였는데 보람 있고, 재미도 있어 계속 참여하였다. 특히 이번에는 연주회에서만 두 번 뵈었던 전진주 악장님과 함께하는 연주라 더 기대가 되었다. 코로나 확진자가 많은 요즘 관객이 올까 걱정했는데 지난번만큼은 아니지만 자리가 모두 찼다. 공간이 넓고 자동문으로 수시로 환기가 되니 다행이었다. 악장님의 환상적인 비발디 사계 솔로와 차르다시는 넋을 잃을 정도로 멋졌고, 두 번째 만난 설요은 양의 바흐 무반주 소나타 1번 프레스토도 대단했다.


  이번에는 사계절을 주제로 각 계절마다 두 세 곡씩 연주했다. 나는 그중 기쿠지로의 여름, 여름 3악장, 가을 3악장, 그리고 겨울 1악장을 하기로 했다. 가장 걱정되는 것은 여름 3악장이었다. 이번에 세 번째인데 저번보다 잘하고 싶은 마음으로 연습을 해서 이번이 그나마 제일 나았던 것 같다. 빠른 곡은 참 어렵다. 리허설 때 갑자기 봄 3악장도 함께하게 되었다. 빠르지 않아 다행이었다.


  오늘이 더 기대되었던 이유는 연주가 끝나고 악장님과 식사를 하기로 한 일 때문이다. 연주회에 두 번 가서 뵈었는데 밥을 사시겠다고 해서 놀랍고도 감사했다. 음악가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인데 식사 장소가 정말 예뻐서 또 한 번 놀랐다. 용인에 외국 같은 거리가 있는 건 처음 알았다.


  스파게티와 피자를 시켜 먹으며 대표님과 셋이 음악과 인생 이야기를 많이 했다. 셋 다 백신을 2차까지 맞아서 식사가 가능했다. 맛있는 식사보다도 이야기가 더 맛있었다. 어린 시절 새벽 두 시까지 연습하고 공부했던 이야기, 음악을 다시 좋아하게 된 사연, 앙상블 발전기, 그리고 우리들의 만남, 도시의 문화예술 예산 지원 문제까지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고 가는 시간이 아쉬웠다. 음악을 사랑하고, 사람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분들과 함께하니 덩달아 행복해졌다. 음악 하며 좋은 분들을 알게 되는 것은 또 하나의 축복이다.


* 연주 영상

https://m.blog.naver.com/inmusic_blog/222516818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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