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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Nov 21. 2021

뜻깊은 날

결혼식과 독주회

  토요일은 뜻깊은 날이었다. 며칠 전 블로그 이웃 분이 바이올린 독주회를 한다는 글을 올리신 걸 보고 캡처 해 두었었다. 혹시라도 시간이 되면 가 보고 싶다는 생각에서이다. 이분은 아마추어이신데 외국에 여행 가서도 연주를 하고, 근처 동산에서도 연주를 한다고 하셔서 항상 궁금해하던 차였다. 오래 바이올린을 배웠지만 혼자 길에서 연주를 한다는 게 나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약속도 생기고 하여 못 갈 형편이었는데 중요한 결혼식이 공연하는 카페 근처에서 그 전 시간에 있어 약속을 저녁으로 미루고 결혼식에 가게 되면서 연주도 보고 올 수 있었다. 사실 결혼식에 참여하는 것도 거의 2년 만이라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북적이는 결혼식장이 조금은 낯설기도 했다. 뷔페 음식 맛이 너무 좋아 함께 간 학교 선생님들과 담소를 나누다 연주회에 조금 늦어 첫 곡을 놓쳤다.


   곡은 클래식 기타와 주랑님을 레슨 해주시는 선생님이 영화 원스 삽입곡을 연주해 주셨다고 한다. 듣지 못해 아쉬웠다. 다음부터는 귀에 익숙한 느리고 서정적인 곡을 멘트와 함께 진행하셨는데 연주도 연주지만 입담이 너무 좋으셔서 마음이 편안해지고 재미있었다. 그리고 공연장이 너무 아름다웠다. 갤러리처럼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곳이라고 했는데 카페 매니저님이 연주 끝날 때마다 호응을 하셔서 분위기가 정말 화기애애했다. 마음이  따뜻한 분이신  같았다. 주랑님의 연주는 비브라토 거의 없이 고음악 같은 깨끗한 음색이라 여느 연주자와는 다른 느낌이었는데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와 함께 연주를 들으니 그렇게 포근하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말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동산에 가서 연주하는 중에 어떤 분이 다가와 죽으려고 했는데 연주 듣고 살고 싶어 졌다는 말을 들었다는 이야기였다. 자신이 좋아서 한 연주에 누군가가 힘을 얻는다는 것. 정말 신비하고 오묘하고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연주 이후 연주는 무조건 프로페셔널해야 하고, 실수는 하나도 없어야 하고, 완벽해야 누군가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나의 고정관념이 바뀌었다. 개인적으로 충격적이기까지 한 경험이었다.


  멘트 중 소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몇 안 되는 관람객 중 나에게 소원을 물으셨다. 그래서 사실은 블로그 이웃 켈리라고 말씀드렸더니 정말 놀라셨다. 이웃 글 알람을 켜 둔 둘 중 한 명이라고 하셔서 영광이었다. 끝나고는 주랑님의 언니 되시는 분이 레몬차를 사 주셨다. 손으로 뜬 듯한 단아한 연보라 카디건을 입은 분이었다. 연주 내내 따뜻한 눈빛으로 동생을 바라보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원래 캘리그래피 작가님으로 이분이 먼저 그 카페에서 전시회에 참여하셨다고 했다. 연주 중간에 여동생도 들어오셨는데 멘트 도중 ‘일찍 일찍 다녀’ 하신 것도 너무 웃겼다.


  연주가 끝나고 주랑님과 잠시 대화를 나누었다. 언제부터 배웠느냐, 정말 대단하다, 이런 이야기를 하다가 자매 이야기로 옮아갔다. 남동생만 둘인 나는 자매가 서로 격려하는 모습이 참 부러워 보였던 것이다. 원래 네 자매라고 한다. 다복한 가정이었을 것 같다. 나도 동생들과 우애가 깊긴 하지만 생각해 보니 내 연주에 초대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나도 이렇게 따뜻한 카페에서 가족 공연을 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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