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이사 계획을 세우다 결국 인테리어를 해 계속 살기로 하고, 도배와 씽크대를 알아보다 살면서 한다는 게 얼마나 불편할지 생각하니 엄두가 나지 않아 가장 필요하기도 하고 간편할 것 같은 아이들이 사용하는 욕실 하나만 바꾸기로 했다. 이제 다 자란 아이들이 욕조 위에 올라가서 샤워하는 것이 불편할 것 같았기 때문에 욕조를 떼면서 인테리어를 새로 하기로 한 것이다. 욕실 인테리어 비용도 천차만별이어서 여러 군데 찾아다니며 견적을 내다가 타일 전문 마트에서 하는 게 가격도 가장 합리적이고, 소품을 입맛대로 고를 수 있는 점이 좋아 계약을 했다. 화요일부터 사흘간 진행된 공사가 아직 완전 마무리는 아니지만(샤워부스용 유리 지지대가 오지 않았고, 변기 사용도 하루 더 있다가 하는 게 좋다고 함) 속이 후련하다.
생각보다 욕실 인테리어 작업은 만만치 않았다. 관리실에 신고를 하고, 엘리베이터 사용료와 나중에 환불된다는 폐기물 처리비용을 내고 우리 동 전체 주민의 반인 스무 가구의 동의 사인을 받는 일을 했다. 아래, 윗집, 그리고 옆집에 드릴 귤만 사 두었고 이렇게 많은 분들의 동의가 필요한 건 처음 알았다. 백신 맞은 날 아파트 계단을 오르내리며 집집마다 초인종을 눌러 사인을 받는 일은 생각보다 너무 쑥스럽고, 미안했다. 음료수라도 나눠드릴까 하고 사러 가려는데 아이가 박스째 사 둔 사이다를 드리면 어떻겠느냐고 해서 두 개씩을 드리며 돌아다녔다. 우연히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분들이 어찌나 반가운지 바로 그 자리에서 사인을 받았다. 다행히 평일 낮인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집에 계셨다. 시간이 많이 걸리지는 않았지만 끝난 후에는 백신 효과인지 추운 느낌이 들고 왠지 기운이 빠져 계속 쉬었다. 나중에 들으니 요즘은 엘리베이터에 동의서와 종량제 봉투를 매달아 두면 오가는 분들이 사인을 하고 종량제 봉투를 가져가기도 한다고 한다.
화요일 오후에 철거하시는 분들이 오셔서 욕실 해체 작업을 시작하셨다. 도기와 욕조를 떼느라 가끔 소음이 많이 나 작업 사항에 대해 메모를 적어 엘리베이터에 붙여 두었다. 작업을 하는 동안 다른 분들이 오셔서 전날 바닥에 깔아 둔 흰 비닐 위에 공사에 사용될 타일과 도기 등을 거실 한가운데까지 그득히 쌓아두고 가셨다. 철거 작업이 끝난 후 거실과 현관 입구부터 안방 복도까지 먼지와 돌가루가 가득이라 그 위에서 욕실에서 사용하던 슬리퍼를 신고 다녔다. 비닐이 깔리지 않은 바닥도 먼지가 계속 느껴졌는데 닦아도 소용이 없었다. 사흘만 참자는 마음으로 견뎠다.
수요일에는 타일 붙이는 분이 오전 일찍부터 오셔서 오후 다섯 시경까지 작업을 하셨다. 이분이 포인트 타일 붙일 곳을 정면에 보이는 곳으로 변경하는 게 좋겠다고 하셔서 그렇게 결정했는데 나중에 보니 타일이 모자라 다시 올 때까지 기다렸고, 줄눈이 용품도 늦어 기다리느라 예상보다 시간이 걸렸던 것이다. 너무 긴 시간 작업하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을 것 같아 고맙고 미안했다. 작업이 끝난 후 회색 톤의 바닥과 벽이 멋져 보였다. 백신으로 인한 몸살로 방에서 꼼짝 않고 있느라 힘들었지만 깨끗해진 욕실을 보니 기분은 좋았다.
목요일 오전에 드디어 마무리 작업을 하실 분이 오셨다. 이날은 남편이 백신을 맞는 날이어서 집에 있으면서 이것저것 물으며 사소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어 든든했다. 안방 쪽 화장실도 바꿀까 하다 말았는데 남편이 혼자 줄눈이 시공해 본다고 유튜브를 한참 보기도 했던 터라 이분이 작업하시는 게 신기하고 재미있었던 모양인지 계속 질문을 했고, 작업하시는 분도 이 일을 하게 된 계기와 수입(굉장히 많으셨다) 그리고 관련 이야기들을 자세히 해 주셨다. 너무 친절하고 직업의식이 충실한 분이셔서 만족스럽고 감사했다.
작업이 끝나고 보니 쓰레기와 남은 자재, 그리고 박스가 많았다. 다음날 그분들이 모두 가져가신다고 해서 현관 앞에 꺼내어 두고 거실에 깔았던 비닐을 치우고 청소기로 먼지를 제거한 후 여러 번을 닦으니 원래의 거실로 돌아왔다. 화장실을 아직 사용하진 못하지만 오가다 계속 문을 열어보게 된다. 아이들이 오래 깨끗하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