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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Mar 07. 2021

가족이라는 공통 언어

영화 <미나리>

  선댄스 영화제 미국 드라마 부문 심사위원 대상, 관객상, LA 비평가 협회상 여우조연상, 그리고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을 받으며 관심을 받고 있는 이 영화가 너무 보고 싶어 주말 한적한 영화관의 한산한 시간대를 골라 예매를 했다. 미국인들의 주목을 받는 이유가 궁금하기도 했고, 호평을 받는 윤여정 님의 연기를 직접 보고 싶었다. 띄엄띄엄 앉은 적은 인원의 관객, 팝콘 소리 들리지 않는 조용한 영화관은 영화를 보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이번에도 역시 사전 지식 없이 갔기 때문에 미나리의 뜻이 먹는 미나리인지 다른 어떤 것의 이름인지도 모른 채 영화 관람을 시작했다. 시골길을 달리는 엄마의 자동차와 아이들, 그리고 드넓은 초원 위 트레일러 집에 도착한 이들 가족의 이야기로부터 영화가 시작된다. 올라가는 계단도 아직 없는 자동차 집은 캘리포니아 도시 생활을 하다 온 가족에게 너무나 낯설다. 막내가 심장 질환을 앓고 있어 가까운 병원까지 한 시간을 달려야 하는 이곳이 몹시도 불편해 보이는 아내는 처음부터 불만이 가득하다. 남편이 이곳을 고른 이유는 한국 농산물을 키워 앞으로 한국에서 이민 올 수많은 한국인에게 팔 야망 때문이었다.


  병아리 감별사로 10년을 일한 남편과 이제 갓 일을 배운 6개월 차 아내는 근처 병아리 감별소에서 함께 일하게 되는데 아이를 봐줄 사람이 필요한 이들은 친정 엄마를 부르기로 결정한다. 미국에 떨어져 사는 바람에 한 번도 본 적 없었던 할머니와 동거하게 될 아이들은 할머니를 순순히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특히 방을 함께 사용해야 할 막내 데이비드는 더욱 그러했다. 하루하루 할머니 같지 않은 할머니의 터프한 언행에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소소한 사건들로 할머니의 사랑을 느끼는 아이들. 하지만 아버지의 농사는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영화는 그야말로 드라마처럼 알콩달콩 가족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의 연결이다. 아메리칸드림을 품고 온 이민 1세대의 이야기는 단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있는 일만은 아니다. 미국에 살고 있는 수많은 이민자들에게 이 영화는 어쩌면 비슷한 향수를 불러일으켰을지도 모른다. 영화를 보는 동안 나도 저런 전원에서 살면 어떨까, 농사를 지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들을 하게 되었다. 도시 생활에 지친 이들은 드넓게 펼쳐진 초원을 보는 것만으로도 평화를 느꼈을지도 모른다.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 가는 이들의 이야기는 비단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를 아우르는 공통 요소이므로 잔잔한 이 영화가 각광을 받은 것이라 여겨진다. 이 영화로 주목을 받게 된 윤여정 배우뿐 아니라 가족들 모두 실제 가족인 것처럼 굉장히 연기를 잘 해냈다. 특히 막내는 표정과 목소리까지도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 보는 내내 미소를 머금을 수밖에 없었다. 


  영화가 끝났을 때, 뭔가 더 있을 것 같은데 멈춘 듯한 느낌이 들긴 했다. 아마도 그 뒷 이야기는 관람자들의 상상에 맡기겠다는 의미 이리라. 실제로 수많은 재미교포들은 역경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그들의 꿈을 이루어냈으며, 세대 간 갈등을 겪으면서도 뿌리를 잘 내리고 살고 있다. 영화를 보다가 미국에서 살고 있는 사촌 언니 생각이 났다. 우리나라에서는 느낄 수 없는 것들을 느끼고, 할 수 없는 것들을 하고, 겪지 않아도 될 것들을 겪고 그럼에도 꿋꿋이 헤쳐 나간 이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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